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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킹 통새우와퍼 - 진실과 거짓 어딘가.

듣고 보고 먹은 기록 2025. 12. 1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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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초딩입맛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지 거의 4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너무나 전형적인 초딩입맛이어서 피자, 햄버거, 치킨을 좋아합니다. 어제 글로 남겼던 빵도 그렇고요. 하지만 나이가 있는지라 가급적 안 먹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그래도 가끔은 패스트푸드가 당기는 날이 있기는 합니다. 오늘이 바로 그랬습니다. 퇴근길에 전화통화 중 잠깐 들었던 버거킹 이야기에 침을 삼키니 결국 여자친구가 버거킹에서 주문을 해 주었습니다.

저는 몸이 크지는 않은데 먹는 양은 적은 편이 아니라 안 간 지 10년은 족히 넘었을 것 같은 롯데리아에선 햄버거를 꼭 두 개씩 먹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소 비싸더라도 양이 많은 버거킹을 찾게 되었는데 그 최근 10년 정도는 거의 버거킹만을 다녔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의 버거킹은 과거 버거킹과는 많이 다르죠. 그럼에도 여전히 버거킹을 찾는 건 큰 햄버거에 대한 갈증 같은 것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가 사 보내 준 건 요렇게 생긴 통새우와퍼 세트입니다. 통새우가 참 먹음직하게 들어 있군요. 이건 누가 보더라도 먹고 싶은 생각이 들겠네요.

 

실물영접

포장지는 그럴싸 합니다. 포장지를 벗기니 패티의 스모키향이 코를 찌릅니다. 응? 통새우버거인데 패티향이 이렇게 강하다고? 하는 생각이 먼저 번뜩 듭니다. 하지만 정신줄을 바짝 잡고 먼저 사이즈 체크부터 했습니다.

 

크기

번의 가장 긴 쪽은 약 12cm, 가장 짧은 쪽은 10cm 남짓입니다. 얼마 전 유튜브 아로치카 채널에서 아론님이 시킨 와퍼는 거의 아론님의 머리 사이즈 만하던데 이건 거의 묭삐 얼굴 사이즈 정도밖에는 안 되는 거 아닙니까.(아론님 죄송합니다) 아니 같은 버거킹인데 이런 식으로 한일 간에 차별을 한다고요? 물론 기본적으로 버거킹은 5인치(12.5cm) 번을 쓰기 때문에 다른 곳에 비해 여전히 크고, 공식적으로 버거킹에서는 번의 크기를 줄이진 않았다고는 하는데 그럼에도 작다고 느끼는 건 초창기 와퍼에 쓰인 번의 특징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과거 버거킹의 번은 탄력이 거의 없어서 납작하니 잘 눌렸습니다. 그래서 빵이 더 크게 느껴졌을 겁니다. 뉴 와퍼가 된 지금은 번이 두께감이 있어서 작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겼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저 사진처럼 긴쪽만 5인치이고, 짧은 쪽은 4인치인 타원형 번을 쓰는 걸까요? 어쨌든 구글 검색을 해 보면 버거킹 와퍼 크기 변화는 저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내용물

번의 위쪽을 들어 보니 양상추가 번에 눌어 붙어 있고, 와퍼 특유의 생양파가 눈에 딱 들어 옵니다. 두 번째 사진을 보면 새우 꼬리 부분이 살짝 보입니다. 그러나 옆면 전체를 다 돌아 봐도 홈페이지에 있는 제품사진처럼 새우가 외곽 보초를 서는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이건 뭔가 잘못 돼도 단단히 잘못 됐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한 입을 베어 물었더니 저 안쪽에 수줍게 숨어 있는 새우 몸통이 보입니다.

 

통새우와퍼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맛은 그냥 와퍼 맛입니다. 스모키향 가득한 패티의 육즙이 너무 강렬한 탓인지, 아니면 새우가 워낙 적게 들어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어쩌면 둘 다 일지도) 패티맛+양파맛+매운맛 외에 새우가 맛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낮습니다. 이건 제품 컨셉트랑 너무 안 어울리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통새우와퍼라는 이름을 붙일 거면 새우 두어 마리 넣는 수준이 아니라 새우를 더 많이 넣어서 새우맛을 느낄 수 있도록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새우가 씹히는 부분에서는 새우맛을 느낄 수 있었지만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는 패티맛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통새우와퍼는 그럼에도 맛있습니다. 살짝 매운 맛 때문에 초딩입맛이면서 맵찔이인 저는 콧물을 흘리긴 했지만 맛 자체는 훌륭합니다. 통새우와퍼의 통새우가 주는 식감은 갈아 만든 새우튀김을 넣은 롯데리아 새우버거에서 기대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맛의 균일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꽤 오래 전에 먹었던 롯데리아의 새우버거가 더 낫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총평

버거킹의 와퍼는 맛있습니다. 맛있는데 뭔가 아쉽습니다. 이전보다 번의 품질도 좋아지고, 무게도 줄어들진 않았고, 칼로리가 낮아진 것도 아닙니다. 여전히 와퍼는 크고 무겁습니다. 그러나 처음 버거킹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그 양키맛을 더 이상 느끼지는 못합니다. 와퍼의 객관적인 크기가 작아지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저를 포함한 소비자는 와퍼가 작아졌다고 믿고 있습니다. 사실과 진실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로서의 버거킹 번은 작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그걸 진실로 여기지는 않습니다. 버거킹은 소비자의 마음이 왜 그렇게 달라졌는지 파악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햄버거 먹을 일이 있으면 버거킹에 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꼭꼭 숨은 새우를 찾아가며 '그래 이건 새우와퍼였지'를 되새기고 싶진 않습니다. 한입 베어 물 때마다 새우살이 씹히는 그런 새우와퍼를 먹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새우를 추가하지 않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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