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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칼 베티스 - 60만원대 이하는 다 무릎 꿇어야지

듣고 보고 먹은 기록 2025. 12. 11.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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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포칼 베티스를 두 번 구입을 했습니다. 한 번은 검은색으로, 또 한 번은 회색인 듄 모델을 구입을 했었습니다. 처음에 베티스를 구입하면서는 진회색에 가까운 검은색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모델을 선택했지만, 구입 후 얼마 되지 않아 듄 컬러가 출시되어 바로 듄 컬러로 교환을 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출시한 지 3년이 지나 후속기까지 나온 모델을 왜 이제서야 후기를 쓰기로 했는지는 제목에 이미 그 이유가 들어 있습니다. 제가 구입할 때는 포칼 블루투스 모델로는 유일한 모델이어서 출시 가격이 120만원을 넘었고, 할인판매나 공동구매 정도를 통해서만 80만원 언저리에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출시 후 꽤 오랫동안 세자리 가격표를 달고 있던 베티스가 베티스MG의 출시 이후 가격이 절반으로 뚝 떨어져 이젠 상시 60만원 대에 구입할 수 있게 된 2025년의 겨울, 베티스의 가성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어 후기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포칼 베티스는 어떤 제품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포장

포칼 베티스의 포장은 상당히 두꺼운 흰색 종이 상자로 되어 있습니다. 종이상자 위에 두꺼운 에어캡이 둘러져 있기도 해서 파손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의 단단한 느낌입니다. B&W의 제품들이 다소 댄디한 느낌이라면 포칼 베티스는 지극히 마초의 향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제품 디자인에서부터 확실히 B&W와는 다릅니다.  특히 저 환공포증 있으신 분들은 눈도 못 마주칠 것 같은 다소 과한 디자인은 베티스를 사용하는 내내 저랑 참 안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품 내부에는 USB C 케이블과 3.5mm 케이블이 제품 색상에 맞게 들어 있고, 설명서와 몇몇 문서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100만원이 넘는 제품치고는 구성물이 단촐하지만 색깔 구성이라든가 케링 케이스의 만듦새 등에서는 확실히 돈값을 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외관

겉모습은 확실히 남성적입니다.(개인적으로 남성적-여성적이라는 표현을 좋아하진 않지만 이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큼직큼직하고 다소 투박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B&W의 Px7, 8 시리즈가 여성적, 혹은 도시적인 느낌이라면 확실히 포칼 베티스는 남성적, 야생적인 느낌입니다.

이어컵의 힌지는 패드가 몸쪽으로는 90도가 돌아가지만 반대 방향으로는 거의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방향이 헷갈릴 일은 없겠으나 몸에 패드가 닿는 게 싫으신 분들에겐 단점일 수 있습니다. 베티스는 장력이 강한 편이고, 헤드밴드이 길이 조절이 그다지 길게 되지 않아 '대두'에겐 맞지 않거나 어찌어찌 들어가더라도 긴 시간 착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참고를 해야 합니다.

 

 자세한 외관

 

 

 

베티스는 빵이 엄청 높습니다. 헤드폰 착용 후 정면에서 보면 그 두께감에 놀라곤 합니다. 원하는 수준의 음질을 위해서 충분한 공간을 마련해야 했을 포칼 제품 디자이너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높이감은 가히 압도적입니다.

터치 방식의 동작 버튼은 없으며 모두 물리적인 버튼입니다. 다만 아쉬운 건 한쪽에는 노이즈캔슬링 버튼만 있고, 다른 한 쪽에 볼룸조절, 블루투스 페어링 버튼, USB C 단자와 3.5mm 단자까지 모두 몰려 있다는 것입니다. 한쪽에 기능이 모여 있으면 익숙해지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맨 처음 출시된 진회색+검은색 모델은 이런 느낌입니다. 최근에는 진회색을 없앤 순수 검은색 모델도 출시가 된 만큼 원하는 취향대로 선택을 하면 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듄 색상을 가장 좋아합니다.

 

베티스의 이어컵에 있는 포칼의 로고에는 LED가 점멸됩니다. 앱에서 끌 수도, 1단계와 2단계로 밝기 조절을 할 수 있기도 합니다. 저는 켜고 다녔습니다. 게이밍 헤드폰의 LED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긴 합니다.

 

앱 설치

 

앱을 처음 설치하면 펌웨어 업데이트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앱의 설치나 사용에 있어서는 음향 전문 업체 답지 않게 상당히 안정적이고, 사용성이 좋은 편입니다.

 

앱 상에서 EQ를 조절할 수도 있고, 몇 개의 프리셋을 제공하고 있는데 저는 거의 모든 기기를 업체에서 제공하는 기본값으로 사용을 하는 편입니다만 앤커 제품과 포칼 제품은 EQ 조정을 해서 들었습니다. 앤커 제품은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필요이상으로) 수많은' 프리셋값에 마음에 드는 게 없어서 아예 제가 원하는 EQ값으로 설정해서 들었습니다만 포칼 베티스는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다이나믹으로 놓고 들었습니다. EQ를 따로 조정하지 않은 플랫한 값도 베티스의 소리는 충분히 좋지만 베티스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다이나믹 모드로 놓고 듣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리고 베티스 앱에서 가장 좋은 것은 사용자의 청력 상태에 따라 소리를 보강해 주는 사운드 맞춤화 기능이 있다는 것입니다. 각 제조사마다 사운드 맞춤화 기능을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고, 데논의 경우처럼 아예 자동으로 최적화를 해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용자가 직접 조용한 곳에서 '개인의 양심과 손가락의 반응 속도에 따라' 수동으로 해 줘야 합니다.  포칼 역시도 삐삐삐삐 하는 소리를 들으며 본인 귀에 맞는 소리를 찾게 되는데 저의 경우에는 나름 효과가 좋았습니다.

특히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사라져 가는 고역대 소리를 많이 보강해 주어서 사운드 개인화를 끄고 들었을 때와 켜고 들었을 때 음악의 소리가 많이 변하는 걸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포칼 베티스 사용자는 꼭 개인화를 하고 음악을 듣기를 강하게 추천드립니다.

 

컴퓨터에서의 활용

포칼 베티스는 블루투스로는 24비트 96KHz의 AptX Adaptive 코덱 전송이 가능하고, USB C 케이블을 연결할 경우에는 무려 24비트 192KHz로 사운드를 입력 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대부분의 무선 헤드폰이 유선 연결 시에도 24비트 48/96KHz을 지원하는 것에 비해 상당히 높은 대역폭으로 사운드를 전송할 수 있습니다.

 

음질

포칼 베티스는 생긴 것처럼 상당히 박력있는 소리를 들려 줍니다. 저역이 깊고 풍성하지는 않지만 중저역 대에서 빠른 응답을 바탕으로 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다이나믹한 소리를 냅니다. 보컬도 중심을 딱 잡아 주며 귀에 목소리를 때려 박아 줍니다. 그러면서도 고음역대에서도 강렬한 소리를 들려 줍니다. 해상력이 뛰어난 편인데다가 소리가 전대역에 걸쳐 다이나믹하게 들리기 때문에 이게 과연 블루투스 기기가 맞는가 하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소니, 보스, 애플이 노이즈캔슬링 1대장을 놓고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했을 때, B&W, 포칼, B&O, T+A, 노블오디오, 달리 등은 100만원 대에서 '프리미어 리그'에서 '음질'을 놓고 자웅을 겨루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100만원 언저리에 있던 B&W와 포칼은 비교적 많은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받은 제품이었습니다. 물론 B&W의 Px8과 포칼 베티스가 다른 고가 제품들에 비해 음질이 좋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준수한 음질과 각 제조사만의 특색 있는 음색을 바탕으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음질의 장점

포칼 베티스는 무선 기기 중에서는 소리의 해상력이 매우 훌륭합니다. 극저역이 재생되지도, 소리가 풍성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블루투스 기기의 가장 큰 단점인 두 가지, 해상력과 소리의 크기를 모두 만족시키는 몇 안 되는 기기였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USB C 케이블을 연결하면 거의 유선 헤드폰 급의 소리를 내 주기 때문에 실외에서는 AptX Adaptive 동글을 이용하다가 실내에서는 USB C로 연결하는 식으로 사용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실내에서도 유선 연결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었음에도 베티스 만큼은 유선 연결로 제법 많은 시간 음악을 들었습니다.

장르적으로는 팝, EDM, 락, 메탈, 케이팝은 정말 좋은 소리를 들려 주었고, 재즈와 블루스까지는 들어 줄 만합니다. 다만 재즈와 블루스 연주 시에는 공간감이 다소 좁게 표현되기는 합니다.

 

음질의 단점

포칼 베티스는 아까도 언급했지만 전대역에 걸쳐 자기 주장이 강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나이를 먹어서 잘 들리지 않게 된 영역에까지 소리를 더 높게 만들어서 귀로 쏴 줍니다. '네가 못 들으면 내가 듣게 해 줄게' 하는 마음가짐은 좋지만 그렇게 자기 주장 강한 사운드는 곧 피로감으로 다가 오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소리가 강한 탓에 공간감이 필요한 클래식, 그 중에서도 대편성 곡은 베티스가 가장 소화해 내지 못하는 영역이었고, 소리가 전체적으로 중앙에 몰려 있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여유 있게 들려 줘야 할 관악기, 피아노 연주에서 역시 다소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건 이 단점 역시도 100만원이라는 가격에서의 이야기지, 지금 판매중인 60만원대에서는 단연코 다른 대중적 기기들(소니, 보스, 애플 이하 잡)하고 비교할 레벨은 감히 아닙니다. 60만원대에서는 이건 단점이라고 할 수가 없겠습니다. 60만원 대에서 베티스보다 더 좋은 소리 들려 주는 기기는 단연코 없습니다. (70만원대로 넘어가면 있긴 합니다)

 

총평

포칼 베티스는 120만원이라는 가격에 출시되어 3년 정도가 지나 이제는 그 절반 정도의 가격에 판매중인 블루투스 헤드폰입니다. 60만원대로 낮아진 베티스는 단연코 60만원 급에서는 최고의 음질을 가진 제품입니다. 90만원대에 판매중일 때도 그 가격대에서 최고의 음질을 가진 무선 헤드폰 자리를 두고 Px8과 겨뤘던 제품인데 60만원이라면 말해 뭐하겠습니까.

베티스는 무선 제품으로서는 가장 큰 볼룸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해상력과 다이나믹이 뛰어나 음악을 듣는 맛이 아주 좋습니다. 유일한 단점이 극저역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 정도인데 극저역의 부재는 저역과 중저역의 빠른 응답으로 충분히 만회가 가능합니다.

얼마 전 멜로매니아 P100SE가 40만원대이지만 60만원 대까지는 가장 좋은 음질을 보여 준다고 한 적이 있는데 이것 역시 사실입니다. P100SE는 해상력이 좋고, 따스한 소리를 가지고 있는 편이며, 극저역이 제법 표현을 잘 해 줍니다만 소리의 다이나믹이나 강렬함은 베티스에 미치지 못합니다. 따라서 두 제품 간의 차이는 음질이라기보다는 취향에 따라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노이즈캔슬링만 좋은 전자기기가 아니라 집에서도, 밖에서도 제대로 음악을 듣고 싶으신 분들은 60만원 초반까지 낮아진 가격의 포칼 베티스를 한 번 들여 보시는 건 어떨지요. 머리만 들어간다면 정말 만족스런 사운드를 들려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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