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으로 계속 음악을 듣다가(애플 아이팟3, 사운드코어 리버티3 프로) 간만에 헤드폰을 사 봤습니다. 물론 가격대가 높은 소니나 보스,애플 제품을 구입할 수도 있었으나 제 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도 해 볼 겸, 또 기존에 쓰던 리버티3 프로가 워낙에 가격대비 만족도를 줬기 때문에 '믿고 쓰는' 앤커 사운드코어 브랜드를 다시 한번 선택을 했습니다. 사진과 함께 제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제품의 패키징은 가격에 비해서 상당히 단단한 느낌이며, 박스 재질도 단단하고 비닐로 밀봉도 되어 있어 신뢰감을 줍니다. 박스에는 ANC(Active Noise Cancelation, 소음 감소 기능), Hi-Res Audio(고음질 인증) 로고 등이 표기되어 있으며, 오른쪽 구석에는 최대 98%의 소음 감소와 50시간의 재생시간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박스는 옆으로 들어 올리던 리버티3 프로와 달리 위와 아래를 완전히 분리하는 전형적인 박스 형태입니다. 이어팁과 이어윙 같은 액세서리를 제공하지 않아도 되니 굳이 옆으로 들어 올리는 패키징을 할 필요는 없었을 겁니다. 단가 문제도 있고 말이죠.
박스 옆면에는 구성품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헤드폰, USB A to C 케이블, 3.5 mm 유선 케이블, 여행용 케이스가 들어 있다고 하네요.
박스 내부에는 덩그러니 흰색의 커다란 헤드폰 케이스가 들어 있습니다. 흰색이고 가운데 soundcore 로고만 박혀 있는 심플한 구성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물론 박스 내부에 헤드폰 케이스를 고정시켜 줄 만한 골판지 같은 게 없는 건 의외였지만 그래도 박스를 거의 가득 채우는 흰색의 헤드폰 케이스는 별다른 치장이 없어도 충분히 예뻐 보이더군요.
헤드폰 케이스를 들어 올리면 박스 아래에 퀵 스타트 가이드가 들어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헤드폰의 구동법 등이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헤드폰의 인터페이스가 직관적이고, 터치식이 아니라 물리 버튼이어서 작동도 그리 어렵지 않은 데다가 사운드코어 앱이 상당히 잘 만들어져 있어서 실제로 가이드를 볼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페어링 방법 등이 낯선 분들은 반드시 살펴보셔야 할 겁니다.
흰색의 헤드폰 케이스는 생각보다 큽니다. 그래서 여행용이라곤 하지만 실제로 들고 다니기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이즈가 조금은 작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고, Q45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냥 박스에 넣어 놓고 헤드폰을 목에 걸고 다니거나 백팩에 그냥 넣고 다니는 걸 선택했습니다.
사실 휴대용 케이스의 크기가 크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간을 허투루 낭비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케이스를 열어 보면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거의 여백이 없이 가득 차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패드가 크고, 접는 방식이 저게 최선이기 때문이겠지요. 패드의 면적을 줄이는 방법보다는 두께를 줄이는 게 그나마 부피를 줄이는 데는 더 큰 효과가 있어 보입니다. 두께를 줄이면 번들 케이블을 헤드폰 아래 공간에 숨길 수 있고, 그 공간만큼 케이스의 크기와 부피를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번들 케이블의 품질은 그리 썩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는 PC를 사용하지 않고 있어서 USB A to C 케이블보다는 C to C가 더 요긴한데(물론 PC로 충전하시는 분들은 A to C가 좋으시겠지만요) 언제까지 A TO C를 제공할지 모르겠습니다. 3.5mm 케이블은 그냥 무난합니다. 다만 Q45를 유선으로 연결하셔서 듣는 것은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유선으로 연결하니 음질이 정말 후덜덜하게 떨어지더라고요.
스페이스 Q45는 전반적으로 두툼합니다. 머리 쿠션에서부터 패드, 패드 바깥쪽에 있는 헤드 부분까지 모두 두툼합니다. 그러니 휴대용 케이스를 휴대하기 어렵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굳이 저렇게까지 두껍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가도 두께를 조절하면서 동일한 쿠션감을 제공하려면 그만큼 단가가 높아지는 문제가 있겠지 하고 자문자답을 하게 되더군요.
착용감은 꽤 괜찮네요. 요다 현상이 있을까 걱정도 하고, 정수리가 불편하다는 말이 꽤 있어서 착용감에 대해서 걱정을 했는데, 실제 착용해 보니 다행히 제 머리에는 큰 문제가 없네요. 근데 4~5시간 정도를 착용하고 있다가 밥을 먹으면서도 헤드폰을 안 벗으니까 헤드폰의 압박감 때문에 턱관절이 다소 불편한 느낌은 있습니다. 그래도 뭐 아프거나 하지는 않아서 그냥 쓰고 먹을 수 있을 정도는 됩니다. 스펀지가 충분히 말랑말랑해서 그런 것 같아요. 스펀지가 지금보다 딱딱했으면 좀 불편했을 것 같기는 합니다.
헤드폰 각 유닛에는 방향 헷갈리지 말라고 정말 커다랗게 L, R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건 정말 만족스러운데, 착용감지 센서가 빠진 건 좀 아쉽습니다. 헤드폰을 머리에서 벗을 때마다 왼쪽 아래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눌러 줘야 하는 건 많이 불편합니다.
왼쪽 유닛에는 노이즈 캔슬링(노이즈캔슬링-주변소리듣기-기본 순서) 버튼, 동작 상태를 보여 주는 LED, 전원버튼, USB C 단자가 위치해 있습니다. 전원은 약 2~3초 정도 눌러야 꺼지고 켜집니다. 오동작을 막기 위해 길게 누르게 되어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노이즈캔슬링 버튼을 두 번 짧게 누르면 앱을 거치지 않고 저음 강조 모드(Base Up)를 켤 수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볼륨 업/다운 버튼, 플레이/멈춤 버튼, 이어폰 단자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왼쪽보다는 손이 덜 가는 버튼들입니다. 왼쪽 헤드와 마찬가지로 주변 소음과 목소리를 듣기 위한 마이크 구멍이 보입니다.
헤드쿠션은 상당히 물컹거립니다. 그리고 한 번 손가락으로 꾸욱 누르면 저렇게 한참을 눌려 있습니다. 그렇다고 돌아오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아마도 반발력이 심하면 오랜 시간 착용 시 머리에 압박을 심하게 주기 때문에 저렇게 쉽게 눌리는 재료를 사용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랜 시간을 착용해도 머리에 압박은 확실히 덜합니다.
LED는 USB 케이블을 연결해서 충전하면 붉은색, 사용을 하기 위해 전원 버튼을 누르면 파란색으로 빛납니다.
사용을 위해 맥북에어에 페어링을 하고 있는 화면입니다. 스페이스 Q45는 멀티포인트를 제공하고 있어서 두 대의 기기를 오가면서 사용을 할 수 있습니다. 맥북에어에서 음악을 듣다가도 페어링을 해 놓은 아이폰으로 전화가 와서 통화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통화모드로 전환이 됩니다. 에어팟 시리즈만큼은 아니더라도 꽤 만족스러운 전환 속도를 보여 줍니다.
스페이스 Q45가 연결이 되었고, 남은 전력량이 70%라고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어폰과 달리 재생 시간이 엄청 길기 때문에 70%만 하더라도 35시간입니다. 최대 50시간의 사용시간을 제공하는데, 노이즈캔슬링을 켜더라도 40시간 이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헤드폰으로 교체 후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충전에 대한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배터리 시간이 긴 이어폰이라 하더라도 실 사용 가능 시간은 기껏해야 5~6시간 내외니까요.
이미 사용 중인 리버티3 프로와 함께 스페이스 Q45가 보입니다. 배터리가 5칸 중 3칸이 남았지만 전혀 두렵지가 않습니다. 아무리 재생시간이 긴 이어폰이라 하더라도 3칸 남으면 사실 좀 후덜덜하거든요. 앱 지원이 충실한 앤커 제품인 만큼 앱에 들어가면 이것저것 설정할 것들이 많습니다.
노이즈캔슬링은 리버티 프로3가 워낙 강력해서 그것보다 조금 약하지 않을까, 그러면 밖에 쓰고 나가기가 조금 망설여지지 않을까 싶었는데요, 일부러 빨래 건조기 앞에서 그것만 쓰고 리버티 프로3와 비교를 해 봤어요. 그랬더니 역시 헤드폰은 헤드폰입니다. 유튜브 등에서 이 제품의 노이즈캔슬링이 이어폰보다 수치상으로는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수치상의 이야기고요, 실제로 사용해 보니 리버티 프로3보다 소음이 확실히 적게 들어옵니다. 빨래 건조기가 지하철 소음만큼이나 엄청 시끄럽거든요. 이어폰의 경우는 저음은 어느 정도 차음이 되는데 고음이 많이 유입이 됩니다. 근데 헤드폰의 경우는 스폰지가 귀 전체를 덮는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기본 장착하고 있고, 그 스펀지는 주로 고음의 차음을 많이 하기 때문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저음을,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으로 고음을 각각 차단하면서 측정치로는 나타나지 않는 노이즈 캔슬링 성능을 보여 줍니다. 이거 정말 만족스럽네요.
다만 주변소리 듣기 모드는 그다지 썩 훌륭한 편은 아닙니다. 소리가 조금은 부자연스럽게 들리고, 작동 노이즈도 좀 있습니다. 사실 작동 노이즈는 일반 모드일 때 더 많이 들리긴 합니다. 오히려 노이즈캔슬링 모드에서는 그 작동 노이즈조차도 감소되는 게 느껴지고요.
통화 품질은 함께 통화해 본 사람의 말로는 굉장히 좋다고 합니다. 조용할 때는 물론이고, 시끄러운 지하철 내에서도 굉장히 조용하다고 하고, 10만 원대에서는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같은 회사의 리버티3 프로의 통화 품질보다 더 좋다고 하더군요. 거의 매일 같이 비슷한 환경(같은 지하철, 같은 시간대, 같은 장소를 오가는 패턴)에서 통화하며 들은 거라서 정확할 겁니다. 통화 품질에 있어서는 앤커가 진짜 탑급이라는 거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바람소리 감소 기능은 반드시 켜 주세요. 바람이 옆에서 불 때 굉장히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앱을 통한 펌웨어 업데이트는 구입 후 바로 해 주시는 게 좋습니다. 구입하고서 앱을 켜니 펌웨어 업데이트에 빨간 점이 표시됩니다.
펌웨어 업데이트는 약 1~2분 정도 소요됩니다. 알려진 문제(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를 수정하고 최적화했다고 하고, 앱 내의 베이스 부스터 사운드 효과를 최적화 했다고 합니다. 사용을 하다가 업데이트를 한 게 아니고 처음 구입하자마자 업데이트를 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왔는지는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회사에서 업데이트를 할 정도면 꽤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겠지요.
이중 기기 연결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걸 실제 사용 중에서도 확인했습니다. 맥북에어에서 음악을 듣다가 아이폰으로 전화가 오니까 전화로 바로 전환이 되네요. 사실 리버티 프로3는 음악을 듣다가 전화가 오면 바로 이어폰으로 전화 통화가 안 돼서 통화 화면에서 이어폰을 선택해 주느라 약 3초 정도의 시간이 흐르거든요. 근데 이 제품에서는 바로 연결이 되는 걸 확인했습니다.
헤드폰으로서의 음질은 사실 좀 처음에 실망을 했습니다. 물론 이어폰보다는 좋지만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유튜버 추천 EQ값을 적용해 봤는데, "사운드코어 시그니처 사운드 +Bass Up " 조합은 확실히 베이스가 증폭되면서 소리가 풍성해지는 느낌은 있었지만 치찰음이 커지고, 베이스가 벙벙대는 느낌이 커져서 오히려 해상력은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유튜버의 추천값을 적용해 봤는데, 소리가 조금 빠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중음이 빠지면서 허전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음악을 들으면서 저만의 세팅값을 찾았어요. 다른 분들의 경우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저음은 약간 부스트 하면서 고음에서의 치찰음을 줄이는 세팅값을 주었네요.
+6, +5, +4, +0.5, 0, +6, -4, +3입니다.
100, 200, 400 hz에서 저음을 부스팅해 주고, 800, 1.6Khz에서는 기본값을 유지했어요. 여기를 빼면 가수의 음성이 쭈욱 빠지는 느낌을 줍니다. 근데 공통적으로 6Khz 영역에서는 피크값이 있다는 측정치값이 있길래 이 부분은 유일하게 -값을 크게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치찰음이 줄어들고 귀도 편안해졌습니다.
사운드코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EQ값을 내 맘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는 거고, 또 그 EQ값의 설정이 비교적 정확히 적용이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어폰이든 헤드폰이든 제가 어느 정도까지 만족할 만한 음질을 만들어 낼 수가 있습니다.
제가 세팅한 값과 사운드코어 시그니처 기본값을 비교해 보니 확실히 저음과 중음대 영역이 밸런스가 잘 맞고, 킥 드럼과 베이스 소리의 구분이 명확해져서 락 음악을 듣는 데도 해상력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주네요.
음악 감상에서는 Space라는 이름답게 공간감은 꽤 훌륭합니다. 흡사 아이팟에서 공간음향을 켜고 듣는 것 같은데, 거기서 발생하는 공간감보다 훨씬 더 넓은 공간이 펼쳐집니다. 악기마다의 위치(위상) 값이 명확히 구분이 됩니다. 이 정도면 굳이 공간음향이나 3D 사운드를 켜지 않아도 되겠어요.
그래서 저는 이 제품 구입하고 하루 만에 기존에 사용하던 에어팟3세대 제품과 리버티3 프로 제품 모두 캐럿마켓과 xx나라에 내놨습니다. 아무 거나 둘 중에 하나 먼저 팔리는 거 처분하려고요. 그만큼 만족도가 높은 헤드폰이네요. (에어팟 3세대가 먼저 팔려서 현재는 리버티3 프로와 스페이스Q45, 그리고 유선 이어폰인 Cadenza를 사용하게 됐습니다)
10만 원 초중반대(가끔 쿠팡에서 이벤트 해서 12만 원대에 팔기도 하더군요)에서 강력한 노이즈 캔슬링과 통화 품질, 그리고 적당한 음질과 준수한 공간감을 원하시는 분들에겐 강력 추천할 만한 제품입니다.
도움 되셨길 바라요.
장점
풍부한 공간감
비교적 뛰어난 해상력
저음과 고음의 풍부함
상당한 수준의 노이즈캔슬링
앱 지원과 EQ 설정
EQ 설정 시 좋은 밸런스를 들려 줌
LDAC 지원, 멀티포인트 페어링 지원
가격대비 성능
단점
고음영역이 너무 귀를 찌름(치찰음)
저음에서의 부족한 타격감(저음의 양은 충분)
너무 두터운 패드로 인한 비주얼
목에 걸었다가 다시 쓸 때 머리카락 뜯김(헤드밴드의 금속부분 때문)
저의 평점은요
가격 생각하면
★★★★☆
가격 생각하지 않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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