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는 여러 무선 기기의 후속작이 나왔다고 이전 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제품도 1세대 제품은 아니고 기존에 출시되었던 1세대 제품의 후속기입니다. 국내에선 큰 인기가 없었지만 단점을 많이 개선하고 나온 2세대 제품은 어떤 모습일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캠브리지오디오는 이름부터 '나영국'씨입니다. 같은 영국 브랜드인 Bowers&Wilkins나 메리디안, KEF 등이 국적에 대한 티를 크게 내지 않고 있는 데 반해 캠브리지오디오는 이름에서부터 영국 브랜드임을 티내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이름부터 '나한국'씨인 '가락전자'가 있지만 가락이라는 단어는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그게 한국어인지를 모를 수 있기 때문에 가락전자보다 더 지역색을 강하게 낸다고 봐야 할 겁니다. 어쨌든 브리티시 브랜드를 표방하는 회사의 제품인 만큼 소리 역시 브리티시 사운드인지를 알아 봐야겠지요.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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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브리지오디오의 P100SE는 포장부터 신경을 쓴 게 티가 나는 제품입니다. 검은색 배경을 가진 두꺼운 종이에 약간의 음각으로 제품명과 회사 이름을 새겨 넣었으며 옆면에도 Made by Music, 음악에 의해 만들어진 이라는 아주 멋진 문구를 집어 넣었습니다. 박스는 옆으로 열게 되어 있는데 안쪽에는 헤드폰 모양과 CEO의 사인이 포함된 감사의 편지가 들어 있습니다. 영국 제품이라 당연히 영어로 써 있기 때문에 별도로 해석은 안 했습니다만, 아마도 '이 편지는 영국에서부터 시작되어....' 라고 되어 있겠죠.
제품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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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열면 그 안에 회색 계란빵 모양으로 생긴 헤드폰 캐링 케이스가 들어 있습니다. 계란빵 중앙에는 캠브리지 오디오의 로고인 원 안의 작은 원이 아래로 겹쳐 있는 모양이 있는데, 저 로고는 제품의 전체적인 디자인 컨셉트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는 편이지만 아마도 브랜드를 아는 사람이라면 저 로고만 봐도 바로 '오호~' 하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국내에선 전 국민의 1%도 모를 브랜드겠지만요.
제품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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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은 회색의 케링 케이스, 회색 직물로 잘 짜여진 USB C to C, 3.5mm to USB C 케이블이 들어 있으며, 퀵스타트 가이드와 함께 여러 개의 종이 문서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론 한국사람은 읽지 않습니다. 영어니까요.
앞에도 언급했듯이 회사의 로고는 헤드폰 유닛 위에도 동그랗게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헤드폰의 힌지가 연결된 부분을 커다란 원으로 만들고 그 안에 음각으로 작은 원을 그려 넣어 멀리서 보더라도 브랜드를 알아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한국 사람은 모릅니다. 영국 회사니까요.
헤드폰 유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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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폰의 왼쪽 유닛에는 USB C 입력 단자, 전원 및 블루투스 페어링 스위치, 노이즈캔슬링/주변소리듣기 전환 버튼이 있으며, 오른쪽에는 재생/멈춤 버튼과 소리를 키우고 낮추는 버튼이 있습니다. 모양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헷갈릴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제 제품만의 이상일 수도 있는데 볼룸업 버튼을 여러 번 반복해서 누르면 음악이 멈췄다가 재생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아마 3개의 플라스틱 버튼을 이어 주는 얇은 플라스틱 막대기의 탄성이 지나치게 강해서 한쪽의 버튼을 세게 여러 번 누르면 그 아래에 있는 버튼까지 동작하여 PCB에 장착되어 있는 스위치를 함께 건드리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만듦새는 꽤 좋은 편이고, 헤드밴드의 직물 느낌도 매우 좋고, 피부에 직접 맞닿는 이어패드의 질감도 매우 훌륭합니다. 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배터리 교환팩을 별도로 판매한다는 점인데, 무선기기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제조사의 배려 같아서 그 자체만으로도 저는 추천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플의 등장 이후 무선 전화의 수명이 사실상 배터리 한계와 거의 엇비슷해진 탓에 굳이 교체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을 전화기를 '그 돈 주고 배터리 가느니 폰을 바꾸고 말지' 라는 심정으로 바꾸는 사용자가 상당수일 텐데요. 아무리 무선 기기의 숙명이라곤 하지만 아까운 건 사실입니다. P100SE처럼 자가 교체용 배터리팩을 더 많은 회사들이 판매하면 좋겠습니다. 애플 보고 있냐?
앱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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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은 설치와 사용이 어렵지 않습니다. 일단 기능이 그리 많지 않고, 지원하는 EQ도 음색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습니다. 따라서 앱은 그냥 설치 후 거의 사용할 일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버그 수정만이라도 잘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마침 제품 설치를 하자마자 바로 펌웨어 업데이트가 이루어지긴 합니다.
펌웨어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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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웨어 업데이트를 한다고 딱히 뭐가 달라지진 않습니다. 왜냐면 펌웨어 업데이트 하기 전에 무언가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번역이 다소 어색해서 반글화된 중국 제품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가 많지 않은 이유 때문일 거라고 좋게 생각해 주렵니다. 이런 마이너한 회사들이 자꾸 등장해야 우리나라 음향기기 시장이 더욱 커질 테니까요. 멜로매니아 화이팅입니다.
영국 회사 제품끼리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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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의 Px8 S2와 비교입니다. 가격 차이가 두 배! 이상 나는 제품이라 품질과 만듦새를 동일 선상에서 놓고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딱 봐도 Px8 S2가 고급스러워 보이고, 예쁩니다. 디자인에서는 Px8 S2를 이길 만한 제품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어떤 애를 데려다 놔도 못생겨 보이긴 할 겁니다. P100SE도 나름 위에서 내려다 보는 건 그나마 선방을 했지만, 옆에서 보면 정말 압도적인 차이를 보여 줍니다. 2층 건물과 3층 건물 정도의 차이, 거의 1.5배 정도 더 두껍습니다. 이렇게 높이가 있다 보니 착용을 하고 정면에서 보면 다오핏이 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P100SE를 머리에 쓰면 바로 카트라이더 되는 겁니다. 저렇게 높이가 높은 이유가 혹시 클래스AB앰프를 적용한 탓이 아닐까 싶긴 한데, 기술력이 차이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 어렵네요.
소리
멜로매니아 P100SE는 클래스AB 앰프를 적용한 거의 유일한 제품입니다. 물론 전작인 P100도 같은 클래스를 적용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 제품의 후속기니까 유일하다고 하겠습니다. 클래스AB 앰프가 뭐 됨? 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네, 뭐 됩니다" 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른 애들은 다 클래스D 앰프를 쓰고 있는데, 클래스D가 짱이어서 그런 거 아님? 이렇게 생각하진 않으시겠죠. 클래스D 앰프는 음질을 희생하고 얻은 효율성을 바탕으로 저전력 제품을 만들 수가 있기 때문에 많은 제조사가 사용을 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여전히 수백, 수천 만원짜리 앰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클래스A 앰프의 대명사, 진공관 앰프만 보더라도 효율이 전부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클래스A 방식은 음질은 좋지만 전력 효율이 말도 안 되게 떨어져서 휴대용 기기로는 사용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쓸 수 있는 것이 클래스AB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하이파이 기기에서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P100SE가 음질에 있어서만큼은 분명 장점이 있는 제품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소리의 장점
기본적으로 가장 먼저 느끼는 부분은 해상력이 좋다는 것과 소리가 전체적으로 자극적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음은 넓게 퍼지면서도 펀칭감이 있고 그러면서도 중음과 고음을 마스킹하지 않습니다. 모멘텀4가 소리 전체를 저음이 둘러싼 김밥 같은 느낌이라면 P100SE는 단단한 저음 위에 차곡차곡 중음과 고음이 층층이 쌓이는 무지개떡 같은 느낌입니다. 저음이 풍성하지만 중역대와 고역대가 살아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소리는 밝은 편입니다. Px8 S2가 깊고 풍성한 저역이 중역과 고역을 묻어버리지 않게 고역대를 다소 강조하는 느낌의 세팅을 했다면(그래서 치찰음이 좀 있습니다) P100SE는 딱히 자극적인 영역이 없이 전대역에 걸쳐 해상도 높은 소리를 들려 줍니다. 이건 이 가격대에서 나오기 힘든 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소리는 Px8보다 좋다고 느껴집니다. Px8 S2 > P100SE > Px8 순입니다. Px8의 출시 가격도 거의 100만원 정도였던 걸 감안한다면 절반 정도의 가격인 P100SE의 소리가 얼마나 좋은 건지 감이 오실 겁니다. 물론 출시 시기가 다르고, Px8은 후속기까지 출시가 되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 대상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한 때 100만원 이하 무선 헤드폰 중에서는 포칼 베티스와 더불어 강력한 원투펀치로 유명했던 제품인데 그 제품의 절반 가격에 나은 음질을 보여 주는 제품이라는 건 분명한 메리트일 겁니다.
소리의 단점
냉정하게 말해서 이 제품에서 소리의 단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단점이라고 말하면 안 됩니다. 40만원대 무선 헤드폰 중에서 P100SE보다 좋은 소리를 들려 주는 헤드폰은 '단연코 없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60만원대까지도 포함입니다. 포칼 베티스가 60만원대에 포진되어 있어서 비교대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베티스와는 서로 장단점이 다르기 때문에 얼마든지 견줄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소리 외의 단점은 꽤 있습니다. 일단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이 좀 떨어지고, EQ가 잘 안 먹는 편입니다. 그리고 음악을 듣다가 전화 통화를 하면 동글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되면서 음악과 전화 통화음이 같이 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통화가 시작되면 음악이 자동으로 멈춰야 하는데 계속 음악이 재생되는 겁니다. 펌웨어 수정이 몇 번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총평
캠브리지오디오의 멜로매니아 P100SE는 40만원대에 그 두 배 정도 되는 헤드폰들과 음질을 겨룰 수 있는 매우 좋은 무선 헤드폰입니다. 저역이 풍성하고 다이나믹이 좋은데 해상력까지도 좋습니다. 중역대, 고역대의 소리도 전반적으로 높은 해상력을 바탕으로 자극적이지 않은 듣기 좋은 소리를 들려 줍니다. 음질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히 다른 헤드폰이 제공하지 못하는 만족도를 주는 제품임에 분명합니다. 무선기기이지만 유선기기급의 해상력과 공간감으로 만족감을 줍니다. 전체적인 소리는 밝은 편이지만 귀를 자극하지도 않아서 오랜 시간 음악을 들어도 귀의 피로도는 상당히 낮습니다. 배터리도 다른 기기 대비 2배 정도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자가 교환팩을 판매하고 있어서 제품의 고장만 아니면 10년 이상도 너끈히 쓸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한 번 구입해서 오래오래 쓰실 분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제품을 찾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다만 제품의 만듦새가 다소 아쉬운 건 있습니다. 노이즈캔슬링도 평범한 수준이고 전화 통화음도 장점이랄 수는 없습니다. 아직은 완성형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음향기기로서의 음질과 배터리 성능으로 얼마든지 무시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멜로매니아 P100SE는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무선기기에서 경험하기 힘든 수준의 음질, 음색, 해상력 등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정말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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