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발 443원짜리 저주파안마기 사용후기 내돈내산

지난 번 알리익스프레스 애니버서리 세일 기간에 1달러에 3가지 품목을 구입할 수 있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이전 후기에도 썼던 것처럼 맥세이프 호환 카드 지갑과 USB 청소기를 선택했었는데요, 그 두 개는 지금 방 서랍 어딘가에 쑤셔 박혀 있습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한 아이템, 저주파 목안마기를 소개하겠습니다. 과연 이것은 똥손의 저주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

 

먼저 두 제품 먼저 보고 오셔도 좋습니다. 

알리발 443원짜리 맥세이프 카드지갑 내돈내산

알리발 0.3달러(443원) USB 청소기 사용후기 내돈내산

< Cervical vertebra massager 응? >

제품은 흰색의 박스에 영어로 Cervical vertebra massager 라고 써 있습니다. 마사저는 알겠는데, 앞에 두 단어는 뭘까요. Cervical은 목뼈, vertebra는 척추뼈입니다. 직역을 하자면 목뼈 척추뼈 마사지하는 놈 이라는 뜻입니다. 뭔가 의미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네요. 모델명은 HQ-185인가 봅니다.

 

< 구성물 >

박스를 열어 보면 퀵가이드와 함께 동작부와 패드부가 들어 있습니다. 패드 부분은 정전기 방지 비닐에 밀봉이 되어 있고, 동작부는 별다른 포장은 되어 있지 않습니다. 건전지 역시 함께 들어 있지는 않습니다.

 

동작부에는 AAA 사이즈 건전지 2개가 들어 갑니다. 구성은 단순합니다.  건전지는 아래쪽을 뒤집어서 넣으면 되고, 상단에는 전원 켜기/강도 높임을 함께 쓰는 버튼, 전원 끄기/강도 낮춤을 함께 쓰는 버튼, 그리고 프로그래밍된 강도로 세게 했다가 약하게 했다를 자동으로 해 주는 버튼, 전원과 강도를 나타내는 LED가 원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보기에는 예쁘지만, 실제로 목 뒤에 얹어놓고 혼자 사용하려면 버튼을 찾기가 굉장히 힘든 구조입니다. 손으로 만져 보면 그 놈이 그 놈 같아서 원하는 버튼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저걸 글씨로 써 놓을 것이 아니라 버튼의 높낮이를 다르게 해 놓는다든가 점자책처럼 손가락으로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돌기를 만들어 놓는다든가 하는 게 나았을 것 같습니다.

 

< 정전기 방지 비닐에 들어 있는 패드 >

패드는 이유는 모르겠으나 정전기 방지 비닐에 포장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퍼백은 아닌지라 뜯어서 재활용을 할 수는 없습니다. 가위 같은 걸로 예쁘게 잘 뜯어서 그 안에 넣어 두셔도 되긴 할 겁니다. 저는 그냥 부욱 찢어서 엉망이 됐습니다.

 

< 똑딱이? >

패드와 전원 동작부를 연결하는 방식은 최근 자주 사용되는 마그네틱 방식도 아니고, 고전적인 슬라이드 방식도 아닙니다. 더욱 더 고전적인 똑딱이입니다. 응?? 똑딱이? 똑딱이가 금속 재질이다 보니 전원 동작부에서 전기를 발생시켜 똑딱이를 통해 패드로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하고, 무식해 보이지만 낮은 단가에 별다른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엄청 효율적인 방식입니다.

이걸 애플이 만들면 맥세이프를 넣거나 독자 규격으로 지들 것만 꽂을 수 있게 만들었을 거고, 엘지가 만들면 기술적으로 효율적이지만 겁나 비싸게 만들었을 거고, 삼성이 만들면 효율적이지도, 기술적이지도 않지만 예쁘게는 만들었겠죠.

 

< 21세기 전자 제품에 똑딱이의 결합이라니 >

이 얼마나 참신한 발상입니까. 똑딱이는 이미 의류, 잡화 시장에서 수십 년 동안 인정을 받아 써왔던 방식이고, 그에 따라 단가도 현저히 낮출 수 있으며, 결합도 손쉽고 결합력도 괜찮은 편이잖아요? 저는 이게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패드 아랫면에는 끈적임이 묻어나지 않도록 투명 플라스틱이 덮여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제거하면 패드가 꽤 끈적거리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패드에는 검은색 점이 백 여개 찍혀 있는데, 똑딱이를 통해 들어온 전류가 이 검은색 점을 통해 피부로 전달하는 것 같습니다. 패드는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패드를 피부에 몇 번 붙였다가 떼고 나면 끈적거림이 줄어들면서 밀착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그로 인해서 피부에 전류가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조심스레 패드 아랫부분에 물을 묻혀서 먼지 등을 닦아내면 조금은 더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패드는 어디까지나 소모품이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할 수 있으니 너무 물에 씻어내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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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크기가 작고, 목과 척추를 대상으로 하는 제품이다 보니 허벅지, 종아리 같은 비교적 큰 근육을 대상으로 해서는 근육의 움찔거림이 느껴지지 않고, 미세 전류가 흐르고 있는 느낌만 납니다. 따끔따끔하면서 그 주변의 털이 곤두서기 때문에 오히려 불쾌한 기분을 주거든요. 그래서 목, 어깨(삼각근), 팔뚝(전완근) 정도를 추천드립니다. 목에는 접착만 잘 되면 적당한 세기로 누군가 두드려 주는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삼각근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여기도 접착이 잘 안 되면 따갑기만 합니다. 목 뒤에는 머리카락이 곤두서서 몇 배로 기분이 나빠집니다. 그래서 접착력이 떨어지면 패드를 한손으로 꾸욱 눌러 주면 다다다다다다 하면서 안마가 되는 걸 경험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제품이 전문적인 저주파 안마기 같은 성능을 보여 주진 못합니다. 패드의 접착력도 금방 저하돼서 5번~10번 사이에 물로 씻어내야 한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럼에도 이 제품은 443원 짜리 치고는 만족스럽습니다. 가끔 컴퓨터를 오래 하거나, 잠을 잘못 자거나 했을 때 목 뒤가 뻐근한데 그 때 한 손으로 뒷목을 잡고 패드의 양날개를 꾸욱 눌러 주면 컨디션이 금방 좋아지거든요. 지난 2개는 그냥 서랍장으로 직행했지만 이 제품은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손이 갑니다. 443원 짜리가 이 정도면 어딘가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제 가격 주고 사라고 했으면 분명 안 샀겠지만요. 전문적인 안마기까지는 필요 없지만 그냥 하나 정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장점

저렴한 가격 (443원이라니!!!)

고장이 적을 단순한 구성

흔하게 구할 수 있는 AAA 건전지 사용

작은 근육은 충분히 자극 주는 성능

 

단점

목 뒤를 혼자 사용하려면 버튼 식별이 어려움

패드의 수명이 짧음

큰 근육에는 효과 없음

 

저의 평점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