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두 번째 뮤지컬을 관람했습니다. 영화로 20여 년 전에 보았던 물랑루즈를 뮤지컬로 한다고 하여 여자친구와 함께 보기 위해 예매를 했었습니다. 뮤지컬은 그 특성 상 주인공급 남녀 배우를 여러 배우가 돌아가면서 연기를 하게 되는데 물랑루즈의 경우에는 남자 주인공 크리스티안에 홍광호, 이석훈, 차윤해 배우가, 여자 주인공 사틴에는 김지우, 정선아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그밖에도 조연급 배우들도 더블 캐스팅이 되었는데 조연급 배우 때문에 골라 보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남녀 주연 배우의 조합에 따라 선택하면 됩니다. 저는 홍광호 배우와 정선아 배우의 조합을 보고 싶긴 했지만 이미 오래 전에 좋은 자리는 모두 사라져서 배우 얼굴을 알아 볼 수 없는 자리밖에 남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홍광호 배우와 김지우 배우 조합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나란히도 아니고, 13열, 14열 16번 자리로 앞뒤로 앉게 되었습니다. 앞뒤로 앉는 자리가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위치였네요. 나란히 앉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너무 멀지 않아서 배우들 얼굴은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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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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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물랑루즈는 국내 초연 때도, 이번 재연 때도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은 공연장도 넓고 무대도 큰 편(1766석, 3층 구조)이라 물랑루즈 같은 쇼비즈니스를 주제로 한 공연에 아주 잘 맞는 공연장입니다. 다만 공연장의 크기와 별개로 음향 성능도 그러하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블루스퀘어로 여러 공연들을 검색해 보면 썩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느낀 부분은 뒤에 따로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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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퀘어 여기저기에 물랑루즈 포토존을 만들어 놓아서 공연을 기다리는 중에도 이런저런 구경을 하기에 좋았습니다. 포토존 구역은 하나하나가 만듦새가 좋아서 확실히 대형 공연이긴 하구나 하는 감탄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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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이 오픈되자마자 바로 들어갔는데 공연장까지 13, 14번째 열이어서 그런지 무대까지가 그리 멀지 않았고(사진은 전체를 찍기 위한 광각 모드여서 멀어 보이긴 합니다)
무대는 언뜻 봐서 넓어보이지 않는데, 이건 객석이 넓어서 좌우 폭이 좁아 보일 뿐 절대 좁지 않습니다. 그리고 하트 모양이 겹쳐져서 무대 디자인이 되어 있는 만큼 깊어 보이지도 않는데 착시현상 때문일 뿐 중간에 큰 소품을 갖다 놓고 수십 명의 배우가 격렬한 율동을 선보여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만큼 넓은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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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디자인은 객석의 10열 정도까지 이어질 만큼 스케일이 큽니다. 전체적으로 물랑루즈가 쇼비즈니스물이고 화려하고 반짝이는 옷과 소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탓에 무대와 그 주변까지 강렬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랑루즈 라는 이름 자체가 프랑스어로 붉은 풍차 라고 하네요.
오른쪽의 코끼리는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겠지만, 극 중 여주인공인 사틴이 묵는 숙소가 저 코끼리 모형입니다. 왼쪽 편에는 영화에서도 사틴의 숙소에서 보이는 풍차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코끼리 침실과 풍차입니다. 영화를 본 분들이라면 확실히 기억에 남을 장소이긴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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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 하트 뿅뿅인 무대디자인도 영화에서 코끼리 침실 내부에서 밖을 볼 수 있는 외부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모습입니다. 예쁘고 화려해서 공연을 기다리는 내내 눈을 가만히 놔 둘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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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에는 사진과 영상 촬영이 금지되기 때문에 촬영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뮤지컬 시작하기 10 여 분 전부터 몇몇 배우들이 나와 슬로우모션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립니다. 화려하고 스피디한 전체적인 공연 분위기와 달리 극이 시작하기 전에는 배우들이 자체 슬로우모션을 걸어 느릿느릿한 움직임을 보여 주는 게 시각적인 대비가 더욱 크게 느껴졌습니다.
음향에 대해서 한 마디 하자면, 사람들이 왜 블루스퀘어의 음향이 별로라고 하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 홍광호 배우의 컨디션이 좋은 편이었는지 엄청난 음압으로 귀를 호강하게 해 주었는데 여성 보컬에서는 김지우 배우 뿐만 아니라 조연급 배우들까지도 고음에서는 소리가 깨지는, 찢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홍광호 배우와 김지우 배우의 듀엣에서도 김지우 배우의 고음은 다소 부담스러울 만큼 찢어지는 소리가 났고, 여성 배우들이 여럿 등장해서 춤추며 노래하는 곡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남성 배우들의 보컬은 그 특유의 음압 덕분에 귀가 아닌 가슴으로 음악을 느낄 수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뮤지컬 물랑루즈, 영화 물랑루즈
영화를 본 지 벌써 20년이 훌쩍 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했기 때문에 영화를 다시 한 번 보고 갔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뮤지컬을 보면서 영화 오리지널 곡보다 팝송이 더 많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1막에서 갑자기 We are young이 들릴 때는 극의 몰입이 확 깨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터미션에 여자친구와 왜 오리지널 곡이 아니라 기존 팝송이 들어왔지? 하면서 이상하다는 말을 했었는데 2막에서는 1막에서보다 훨씬 더 많은 팝송이 불려졌습니다. 대충 기억나는 것만 적어도 시아의 샹들리에, 레이디가가의 배드 로맨스, 아델의 롤링 인 더 딥, 비욘세 싱글 레이디 같은 곡들입니다. 잘 알려진 팝송을 주크 박스 형태로 넣는 것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합니다.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분위기를 끌어 올릴 수도 있지만, 반대로 극의 흐름을 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흐름이 끊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지금 저 분위기에서 저 노래가 맞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2막에서는 더욱 극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뮤지컬을 보고나서 아무래도 이상해서 영화 물랑루즈를 검색해서 찾아 봤습니다. 제 기억이랑 다르게 영화 물랑루즈 역시도 오리지널 곡은 한 곡 뿐이고, 나머지는 옛날 팝을 커버해서 넣은 노래들이더군요. 그 노래를 제가 몰랐던 건 2001년의 저는 팝송을 거의 듣지 않았던 사람이었고, 또 그 노래들이 어딘가 낯설지 않았던 건 원래 곡들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무려 25년이 지나서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2026년의 저는 이미 팝송을 가요보다 더 많이 듣는 사람이 되어 버렸고, 그 노래들 중 상당수는 제가 이미 알고 있는 노래였기 때문에 극에 몰입하기가 힘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총평
전체적인 스토리는 영화 물랑루즈를 그대로 따라가지만 영화보다 훨씬 더 감정은 과잉됩니다. 영화에서의 절제된 감정 표현이 오히려 더 큰 감동을 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역시도 오래 전 기억이라 실제 영화를 다시 보면 틀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럼에도 뮤지컬은 배우들(특히 여배우)의 감정 과잉이 다소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확실히 뮤지컬 물랑루즈는 한 번은 보기에 충분히 만족스런 느낌을 주었습니다.
일단 홍광호 배우의 보컬은 1, 2막 140분 내내 지치는 기색 없이 훌륭한 소리를 들려 주었으며, 고역대에서의 음압은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파고드는 듯했습니다. 넓은 무대를 가득 채우는 흥겨운 노래와 춤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볼거리이고, 1900년 당시의 프랑스 화류계 패션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의상도 놀라웠습니다. 비싼 티켓값을 생각하다가도 저런 의상, 배경, 소품 등의 미장센을 보면 그래, 너는 그 정도 받아도 되겠다 싶더라고요.
뮤지컬 물랑루즈는 뮤지컬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셔도 좋을 만한 공연입니다. 26년 2월 22일까지 공연이 잡혀 있으니 서둘러 보세요~ 티켓이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