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FOSI의 꼬다리 DAC에 관한 글을 올렸습니다. 몇 년 만에 유선 이어폰을 다시금 들어 보기 위해 구입한 것인 만큼 처음부터 욕심을 내기보다는 무선 이어폰에서 경험하기 쉽지 않은 높은 해상력과 공간감을 가졌다고 알려진 1DD(다이나믹 드라이버) 제품 중에서 가장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바로 젠하이저의 IE200입니다.
지난 4년 정도의 시간 동안 무선 이어폰으로 수많은 삽질을 했는데, 이제 다시 유선에서 그것을 반복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아찔하긴 합니다만, 시간을 들여 천천히 알아가 보겠습니다.
제품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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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IE200은 젠하이저의 사용자용 유선 이어폰 중에서는 가장 저렴한 모델입니다. 이 제품보다 더 높은 등급으로 IE300, IE600, IE900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보급형 제품답게 포장도 간단하고, 구성품도 단순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모델이지만 그래도 포장은 위아래 구분이 되어 있어서 위쪽에는 이어폰이, 아래쪽에는 구성품이 나뉘어 들어 있습니다. 간단한 사용설명서가 들어 있지만 유선 이어폰인 만큼 딱히 참고할 일은 없습니다. 손가락으로 양쪽 끝을 눌러서 입구를 벌리는 형태의 파우치가 들어 있고, 파우치 안에는 5종류의 이어팁이 들어 있습니다.
제품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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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IE200는 이미 장착된 이어팁을 포함해 총 6쌍의 이어팁을 제공합니다. 3가지 크기로 실리콘팁과 폼팁을 제공하는데 이어팁에 관한 이야기는 뒤에 따로 하겠습니다.
이어폰 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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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IE200는 유닛이 상당히 작고 가볍습니다. 아무리 1DD 이어폰이라고 해도 정말 극단적으로 작습니다. 정착용이 필요한 IE200을 귀에 꾸욱 눌러 끼우고 나면 앞에서 안 보입니다. 안경 쓴 사람이 언뜻 보면 안경줄이라고 해도 의심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IE200의 케이블은 좌우 2줄이 꽈배기 모양으로 꼬여 있으면서 Y스플리터를 지나면 4줄이 꼬여 있는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유선 이어폰 줄의 형태이고, 지나치게 굵기가 가늘긴 하지만 상위모델인 IE300에서도 제공하지 않았던 형태여서 반갑긴 합니다.
다만 줄이 지나칠 정도로 가늘고, 스플리터 위에서 좌우 줄의 간격을 조절하는 슬라이더는 참 형편없는 재질로 만들어서 괜히 빈정상하게 합니다. 아무리 젠하이저 내에서 가장 저렴한 모델이라고 해도 TPU라뇨. 이건 좀 선 넘었습니다.
젠하이저 IE200 케이블은 젠하이저 전용 MMCX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커스텀 케이블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가장 저렴한 모델인 IE200에 그 가격에 필적하는 커스텀 케이블을 구해서 장착할 분들은 별로 없겠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어폰 선의 단락이 발생했을 때 젠하이저 전용 MMCX 케이블만을 구입해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그 활용성에서는 제약이 생길 겁니다.
이어폰 유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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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IE200 이어폰 유닛은 플라스틱 사출로 만들어졌는데 그 크기가 정말 작습니다. 모양도 낫 모양으로 심하게 꺾여 있는 데다가 이어팁을 꽂는 헤드 부분의 부피와 깊이도 상당히 작아서 귀에 쏙 들어갑니다.
다만 이런 형태 때문인지 실리콘 재질의 이어팁을 장착했을 때는 이어팁이 정착용이 되지 않아 저음이 그냥 숭숭 샙니다. 그냥 새는 것도 아니고 L 사이즈로 끼워도 저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이어폰의 3.5mm잭을 반쯤 잘못 꽂은 줄 알았습니다. 폼팁을 끼워야 그나마 저역이 나오는데 그마저도 다른 제품에 비해 저역이 풍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물론 젠하이저 IE200은 이어팁을 얕게 또는 깊게 결합함으로써 저음역대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긴 합니다만 굳이 얕게 끼울 필요는 없었습니다.
소리
젠하이저 IE200는 전체적으로 음선이 굉장히 얇습니다. 음선이 얇다는 건 저역이 소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깊은 저역이 안 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히 충분히 깊은 저역이 재생이 되는 것 같기는 한데, 저역이 중역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안예은의 'Deep Blue' 라는 곡은 안예은의 까랑까랑한 보컬이 돋보이는 곡인데 간주에 마치 심장 소리 같은 두둥 두두둥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때 들으면 극저역까지 소리가 잘 나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편입니다.
젠하이저 IE200의 소리는 해상력이 좋고 깨끗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나 보컬이 상당히 선명하게 들려서 몇몇 보컬에서는 귀가 찔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젠하이저 IE200는 울리기도 딱히 어렵지 않아서 맥북 프로의 기본 3.5mm 단자에 꽂아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FOSI DS3에 물려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맥북 프로 단자로는 약 60% 정도의 볼룸에서 나오는 크기가 DS3에서는 약 90% 정도로 올려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소리의 장점
젠하이저 IE200의 장점은 10만 원대라고 보기 힘든 해상력, 정위감, 깔끔함입니다. 특히나 보컬이 가깝게 들리고 선명해서 보컬에 집중해서 듣기에 아주 좋은 이어폰입니다. 신시아 에리보의 'Replay' 라는 곡에서는 보컬이 바로 앞에서 노래를 하는 것 같고, 코러스가 다소 멀찌기 떨어져 좌우에 위치해 있는 것이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정위감을 자랑합니다. 보컬, 악기, 코러스 위치가 눈을 감고 들으면 비교적 정확히 그려지는 편입니다.
소리가 착색되지 않고 상당히 자연스러운 것도 장점입니다. 소리의 공간감이 과하지 않고, 오버하지 않습니다. 딱 적정한 수준에서의 공간을 펼쳐 주기 때문에 보컬의 끝자락이 비교적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정착용만 가능하다면 젠하이저 IE200는 무선 이어폰 기준 약 40-50만 원까지도 비벼볼 수 있는 수준의 만족스런 소리를 들려 줍니다. 해상력이나 공간감 등에서 IE200 이길 수 있는 무선 이어폰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소리의 단점
젠하이저 IE200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은 제대로 된 소리를 듣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유닛의 크기가 워낙 작은 데다가 기본으로 제공되는 실리콘 팁이 너무 부드럽고 헐렁거려서 저음을 제대로 잡아 주지 못합니다.

마치 이렇게 다 빠져 나간 느낌입니다. 저음이 거의 남아 있질 않습니다. 그나마 폼팀을 끼우면 저음이 살아나긴 하는데 또 귀가 너무 아픕니다. 기본적인 착용감은 좋지만 폼팁이 귀를 꽈악 막으면서 귓구멍을 벌려 장시간 착용이 어렵습니다. ML 사이즈의 폼팁을 별도로 구입해야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착용이 정말 어렵고, 정착용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소리 차이가 너무 극명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젠하이저 IE200는 정착용을 할 때까지 수많은 반복적인 착용이 필요합니다.
총평
젠하이저 IE200는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볼 수 있는 모니터링 성향의 유선이어폰입니다. 음질이 무선과 비교하기는 민망할 수준으로 확실히 좋습니다. 보컬이 한 발자국 앞에서 노래를 해서 보컬 몰입도가 좋고, 보컬을 중심으로 한 악기 간의 거리와 위치값이 비교적 선명하게 그려지는 정위감이 비교적 뛰어난 편입니다. 음악을 아름답게 들려 주기보다는 제 소리를 제대로 내 준다는 느낌이고, 필요 이상의 잔향감이나공간감을 만들어 내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음악이 전반적으로 깔끔한 일식집 같습니다.
정착용이 다소 어려워서 제대로 된 소리를 경험하기가 쉽지 않고, 그랬을 경우에 들리는 소리는 정착용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기 때문에 실망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이어팁을 바꿔 가면서 여러 번 공기가 새지 않는 정착용에 대한 실험을 해야 만족스런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앞서 제목에 1DD의 근본이라고 썼는데 확실히 그렇습니다. 물론 젠하이저 IE200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더 나은 해상력을 가진 제품을 만나 볼 수는 있겠지만, 이 제품보다 소리에 착색이 없으면서 정직한 소리를 들려 주는 제품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저처럼 오랜 만에 유선 이어폰을 다시 사용하면서 별도의 헤드폰 앰프 같은 거추장스러운 것부터 시작하지 않을 분들에게 가격과 성능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주는 젠하이저 IE200를 추천드립니다. 다만 저처럼 귓구멍이 다소 넓어서 작은 이어폰을 정착용하기 힘든 분들에게는 추천할 수 없을 듯합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FOSI DS3 꼬다리DAC - 출력과 전력 소모의 황금 밸런스, 소리 괜찮네
유선 이어폰을 쓰다가 무선으로 갈아탄 지 4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 사이에 상당히 많은 무선 이어폰과 헤드폰을 사용해 봤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지만 제미니2를 2년 동안 사용하다가 처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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