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맛집탐방

제주에서 만난 로컬 가성비 맛집 고찌가게 - 내돈내산

그리피스의꿈 2025. 1. 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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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을 가면 흔히 갈치구이정식, 생선회, 흑돼지 같은 음식을 많이 찾게 됩니다. 보통 서울에서는 먹기 힘든 식재료인데다가 아무래도 제주 특산물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더욱 그러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여행에서 연돈은 찾았지만 갈치구이 정식이나 흑돼지 삼겹살 같은 건 먹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재료의 신선함을 떠나 상당히 거품이 끼어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전형적인 '관광지 식당'이기 때문에 저는 딱히 끌리지 않았습니다.

그건 아마도 제 고향이 충남 대천이어서 그러한 '관광지 식당'의 장단점을 너무나도 명확히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저는 외가가 고깃배를 운용하면서 어려서부터 갈치를 평생 '공짜로' 먹어왔기 때문에 갈치를 돈 내고 사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한몫했을 겁니다. 물론 저 같은 환경이 아닌 분이라면 갈치구이정식 같은 것도 한 번은 먹어 볼 만은 할 겁니다. 

 

저는 그래서 제주에 도착해서 연돈을 제외하고는 타코야키 맛집인 '타쿠야쿠'를 찾았고, 또 다른 로컬 가성비 맛집인 고찌가게를 찾았습니다.

 고찌가게는 제주시청에서 걸어서 약 5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이런 곳에 식당이 있어?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꿋꿋이 내비가 알려 주는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1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식당 외관은 깔끔합니다. 내부도 상당히 깔끔했고, 저는 강아지를 가방에 넣어서 방문했기 때문에 실외 좌석에 앉아서 밥을 먹었습니다.

 

메뉴는 복잡하지 않고 단촐했습니다. 저는 카레라이스, 햄벅스테이크를 시켰습니다.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두 개를 시켰는데 13,000원이 나왔네요.  카레라이스와 햄벅스테이크 따로따로 13,000원을 받아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가격인데 두 개 합쳐서 그 가격이라니 맛을 떠나서 가격적인 메리트는 확실해 보였습니다.

< 카레라이스 >

카레라이스는 넓은 그릇에 담아져 나와서 떠먹기가 다소 어렵지 않을까 싶긴 했는데 밥이 흐트러지지 않아서 비비지 않고 그냥 부먹인 상태로 밥만 딱 떠서 먹기에 아주 좋았습니다. 카레는 가격에 비해 고기의 양도 많았고, 고기에서 잡내도 나지 않았습니다. 감자와 당근도 적지 않은 양이 들어 있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카레라이스 맛을 충실히 구현했습니다. 보다 냉정하게 말하면 오뚜기 카레 가루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맛있는 맛이랄까요.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맛이 없지 않기 때문에 익숙한 맛으로 한그릇 뚝딱 맛있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함께 주는 샐러드에는 레몬이 뿌려져 있어서 상콤한 맛이 카레의 텁텁함을 씻어 주는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레몬 소스를 처음 먹어 보고 시트러스 향이 너무 향긋해서 사장님께 어떤 소스냐고 여쭈었더니 레몬이라고 대답을 해 주시더라고요. 아마도 레몬 껍데기도 함께 갈아서 쓰시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햄벅스테이크에도 들어 있는 마카로니 샐러드는 일반적인 마카로니는 아니고 제주 특산물인 메밀로 만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I 여서 레몬 소스 여쭙는 것만도 부끄러웠는데 두 가지를 같이 여쭙긴 너무 너무 망설여져서 그건 여쭙지 못했습니다)

< 햄벅 스테이크 >

햄벅 스테이크의 비주얼을 보면 이게 7000원이 맞아?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기에는 시즈닝이 매우 강하게 되어 있어서 잡내는 나지 않았습니다. 카레라이스와 마찬가지로 아주 특별하다고는 할 수 없는 맛이었지만 매우 '특별한 가격'이 더해지니까 이건 매우 특별한 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합니다. 2024년에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의 햄벅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는 곳은 전국에 몇 군데 없을 듯합니다. 그것만으로도 특별한 음식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겁니다.

음식과 함께 기본 제공되는 김치, 보온통에 담겨 있는 된장국(이건 셀프입니다)도 함께 먹을 수 있습니다. 연돈에서도 된장국을 제공하지만 저는 고찌가게에서 주는 이 된장국이 더 입맛에 맞더군요(가장 기본적인 된장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고찌가게에서 먹은 카레라이스와 햄벅 스테이크는 엄청 맛있고, "내가 먹어 본 것 중 최고의 음식이야"라고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가격 자체가 너무 은혜로워서 말 그대로 혜자템이었습니다. 다음에 제주를 간다면 꼭 한 번 다시 들러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주의 비싼 물가에 혀를 내두르신 경험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한 번 들르셔서 평균 식단가를 낮춰 보시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장점

가격

가격대비 만족스런 맛과 양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맛

 

단점

우리가 익히 아는 그 맛

찾아가기 힘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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