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맛집탐방

군산의 맛집 째보식당, 택배로도 그 맛을 낼 수 있을까

그리피스의꿈 2025. 6. 21.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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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군산에는 은근 맛집이 많습니다. 군산 3대 중식집 같은 곳에 어느 집이 들어가느냐로 한참 인터넷 상에서 얘기가 오갔을 정도로 정평이 나 있고, 전국 3대 빵집(도대체 이런 3대, 5대는 누가 무슨 기준으로 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가장 인지도가 높은 빵집을 얘기할 때 거의 빠지지 않는 곳인 이성당도 있습니다. 그런 군산에 지역 특산물인 꽃게, 새우를 활용한 해산물 식당이 유명하지 않을 리가 없겠지요.

이미 아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또 모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군산에는 여러 간장게장집이 있습니다. 물론 어디를 가나 기본은 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맛이 좋아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식당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째보식당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째보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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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군산은 어머니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고, 외가가 바로 금강 건너에 있는 장항에 있어서 어려서부터 친근한 곳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외가가 어부의 집안이기도 했고, 외가의 왕래가 잦은 편이었기 때문에 돈을 주고 해산물을 사 먹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어머니가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을 굉장히 잘 만드시는 바람에 서울에서 돈 주고 사 먹었던 게장은 돈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기도 해서 최근 몇 년 간은 그마저도 사먹지 않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머니의 손맛이 탁월한 것도 있지만 제철에 잡은 생물로 만들어 며칠 내 바로 먹는 게장과 냉동실에서 꺼내 해동시켜 만들어 유통하는 게장의 맛과 품질이 같을 수가 없겠죠.  그런 이유로 다른 곳도 아닌 어머니의 고향이자 현재 어머니가 살고 계신 곳과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군산에 있는 째보식당 역시도 한 번도 방문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여자친구가 제가 게장을 좋아하는 걸 알고는 먹어 보라고 보내 주어 그 유명한 째보식당의 게장류를 택배로 받아서 먹어 보게 되었습니다. 작은 스티로폼 상자와 그 안에 보냉 봉투로 온도의 변화를 막는 단단한 포장을 한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 위에 참기름, 와사비, 비벼먹는 간장, 김, 브로셔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종이 브로셔에는 특이한 이름을 가진 째보식당의 어원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째보는 구순구개열(과거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었지만 정확한 증상으로 적겠습니다)을 가진 이를 뜻하는 전라도 지역의 사투리입니다. 그 동네에서는 다 아는 곳이라고는 해도 처음 들으면 인상을 찌푸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들이 너무 많은 요즘이니까요.

 

브로셔에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법, 음식 소개, 구성품 등 다양한 설명이 컬러인쇄 되어 있습니다. 냉동되어 배송된다고 되어 있지만 요즘 날이 더워서인지 제가 받은 것은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얼음은 다 녹은 상태였습니다. 오히려 좋았습니다. 받았는데 12 시간 이상 해동을 해야 한다면 많이 서운했을 것 같습니다.

 

보냉봉투 안에는 아이스팩이 위에 있고, 그 아래에 락앤락 통에 음식이 담겨 있습니다. 모둠장의 제조일자는 25년 6월 19일, 제가 받은 것이 6월 20일이니 제조(라기보단 포장이겠죠)하고 바로 당일 발송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원재료가 죄다 적혀 있긴 하지만 각 재료마다의 양과 만드는 방법의 차이가 있으므로 저것만 가지고는 동일한 맛을 낼 순 없겠죠. 소비기한은 제조일로부터 5일이니 빨리 먹어야 합니다.

 

뚜껑을 여니 꽃게, 새우, 전복, 소라, 연어가 들어 있습니다. 간장에는 달큰한 향과 함께 바다내음이 확 납니다. 간장에 푹 담겨 있는 음식은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다 먹을 게 아니라면 간장에서 건져낸 뒤에 따로따로 보관하는 게 낫습니다. 안 그러면 마지막에는 새우 한 마리로 밥 한 공기를 먹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꽃게는 한 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크기는 대략 껍데기 기준으로 약 15cm 정도의 폭이고, 위아래는 약 8cm 정도 되었습니다. 크다고는 할 수 없지만 먹기에 딱 좋은 크기입니다. 너무 크면 게 딱지가 두껍고 딱딱해지기 때문에 먹기에도 불편해집니다.

 

새우장입니다. 새우는 총 4마리가 들어 있고 크기는 굽어있는 허리를 곧게 펴면 약 12~15cm 정도입니다. 수입산 타이거새우는 20cm가 넘는 것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국내산 흰다리새우는 최대 20cm 정도까지밖에 자라지 않기 때문에 15cm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큰 개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흔히 대하라고 부르는 새우는 양식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우는 흰다리새우입니다. 간장에 담가 먹는 용도라면 값비싼 대하보다는 흰다리새우가 훨씬 가성비가 좋을 겁니다. 맛 차이는 거의 없을 테니까요.

째보식당의 새우장은 간장의 달큰함이 더해져서 새우 자체의 단맛은 잘 느껴지지 않았지만 새우 특유의 탱글거리는 식감이 있으니 생새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꽤 좋은 선택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연어장입니다. 길이는 약 10cm, 높이는 약 5cm 정도입니다. 연어회는 사실 호불호가 꽤 갈리는 편입니다. 저는 연어회를 좋아하지만 연어 자체의 기름진 향과 식감을 안 좋아하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특히 냉동으로 들어 오는 연어는 해동 과정에서도 맛의 변화가 심한 편이기 때문에 맛의 균일성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듭니다.

째보식당의 연어장은 그런 의미에서 꽤 좋은 선택일 수 있겠습니다. 일단 간장과 그 안에 들어가는 향신료로 연어 특유의 냄새를 억제했고, 간장과 함께 숙성되면서 탱글탱글한 식감을 더욱 살렸습니다. 게다가 간장의 감칠맛까지 더해져서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소라장입니다. 쫄깃한 식감과 맛 때문에 소라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께서 소라를 솥으로 쪄서 주시면 그걸 열 개씩 앉은 자리에서 까먹었던 기억도 있을 만큼 저에게는 익숙한 해산물이기도 하고요. 째보식당의 모듬장에서 소라가 한 개 뿐이라는 것이 저에겐 유일한 단점일 정도로 아쉬웠습니다.

소라는 잘못 찌면 질겨서 이빨도 안 들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전문점 답게 소라를 아주 잘 쪄서 특유의 쫄깃함이 아주 잘 느껴졌습니다.  소라를 한 개 정도 더 넣어 주었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전복장입니다. 껍데기 크기는 긴 쪽이 약 7cm, 짧은 쪽이 5cm 정도 됩니다. 사이즈만 봐서는 이게 전복인지 오분자기인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이렇게 큰 오분자기는 물량이 없어서 오히려 전복보다 비싸다고 하니 전복이 맞을 겁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오분자기를 전복이라고 속여서 파는 식당이 꽤 많았는데 양식이 안 되는 오분자기의 특성이 오히려 전세를 역전시킨 셈이니 이런 것만 봐도 참 격세지감이네요. 하긴 갑오징어도 그러하죠. 갑오징어는 특유의 뼈대 때문에 먹을 것이 없다면서 홀대를 받았는데 지금은 일반 오징어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리니까요.

전복장은 무난한 편입니다. 딱히 모나지 않은 누구나 전복장에 기대할 수 있을 식감과 맛이었습니다. 째보식당 만의 무언가는 느껴지지 않았네요. 그래도 쫀득한 식감은 연어장과 소라장의 그 중간 어디쯤에 있어서 먹는 느낌은 좋았습니다.

대망의 게장입니다. 매운 걸 잘 못 먹어서(짠 것도 잘 못 먹지만 그나마....) 양념게장보다는 간장게장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또 대부분의 양념게장은 숫게를, 간장게장은 암게를 쓴다는 것도 제가 간장게장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암게에는 사람들이 흔히 '알'로 알고 있는 주황색의 난소가 있어서 게 특유의 감칠맛을 더해 주기 때문입니다.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을 때도 황갈색의 내장만 있는 것보다 주황색의 난소가 있는 것이 더 맛이 좋습니다.

간장게장은 지나치게 짜지 않고 달달한 간장이 잘 배어서 꽤 맛이 있었습니다. 게장을 잘못 만들면 비린내가 정말 심한데 게의 비린내도 거의 나질 않고 기본 세척도 잘 되어 있는 편이어서 게껍데기 여기저기에 불순물도 거의 없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유한 게장 만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째보식당의 모듬장을 먹어 보니 수없이 많은 군산의 간장게장 집 중에서 째보식당이 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저의 입맛에 맞았다고 해서 다른 분들의 입맛에 맞는다는 보장도 없고, 저에게 적당했던 짠맛보다 단맛이 강한 째보식당의 간장이 다른 분들에게는 왜 이러지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만큼 맛이라는 게 개인적인 차이가 큰 부분이니까요.

하지만 하필 태어나길 바닷가에서, 꽃게잡이 배를 운용했던 선장이었던 아버지와 남동생들이 있는 집안 첫째 딸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수없이 많은 꽃게를 해치웠던 저에게 있어서 째보식당의 게장은 서울에 올라와 먹었던 그 어느 식당에서 먹었던 것보다 맛이 있었습니다.

택배로도 충분히(어쩌면 과하게) 맛있음을 확인했으니 간장게장을 비롯해 간장 베이스의 해산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P.S : 요즘 물가가 워낙 비싸서 분식집에서도 만 원은 있어야 하는 시절에 2인 기준으로 3.5만원인 모듬장은 그리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 혼자 먹으니 3번 정도 나눠서 먹을 수 있네요. 이 정도면 가성비도 나쁘지 않네요. 더 오르지 않기만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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