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있는 거/맛집

창동골목시장 할머니 토스트 - 이 가격이면 기다려서 먹어야지

by 듣고 보고 먹은 기록 2026. 1. 27.

최근 몇 년 사이 전통시장이 욕을 먹고 있습니다. 물론 그건 서울 수도권 관광지 인근의 몇몇 전통시장 상인들의 몰상식하고 몰염치한 행위들 때문이지 대부분의 전통시장에서는 많은 상인분들이 생계를 위해 열심히 영업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그 중에서도 서울에서 저렴한 물가를 자랑하는 창동골목시장을 다녀 왔습니다.

창동골목시장은 제가 살고 있는 곳과 그리 멀지 않은데 제가 워낙에 집돌이인지라 이번에 처음 다녀 왔습니다. 

 

 

 

네이버지도

창동골목시장

map.naver.com

창동골목시장은 규모가 그리 큰 편은 아니어서 그런지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큰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신창시장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저는 양쪽 모두 창동골목시장인 줄 알고 신창시장부터 갔습니다만 두 시장 모두를 돌아 보는데 쭈욱 갔다가 오면 30분도 채 걸리지 않을 만큼 작은 규모의 재래시장임은 분명합니다.

신창시장에는 1000원에 4마리를 주는 팥붕어빵을 파는 곳도 있고(물론 아직 붕어가 성장기의 모습이긴 했습니다만 가격 자체가 파격적이긴 했습니다) 다양한 먹을 거리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니 함께 방문하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창시장에서 바라본 창동골목시장입니다. 그리고 오른쪽은 이번에 방문한 창동골목식당의 명물이자 맛집인 할머니 토스트 집에서 찍은 창동골목시장의 전경입니다. 이 좁은 골목이 시장의 전체 모습이기도 합니다. 

 

할머니 토스트

이번에 방문한 할머니 토스트의 외관입니다. 창동골목식당의 끝자락에 T자형으로 도로와 합쳐지는 곳에 위치한 할머니 토스트는 이름과 달리 할머니가 아닌 분이 토스트를 굽고 계셨습니다. 군밤모자와 마스크를 쓰셔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할머니가 아닌데?'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만 나중에 찾아 보니 할머니는 별세하셨고 며느님이 그 뒤를 이어 영업을 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후기를 찾아 봐도 예전 할머니께서 하시던 때와 맛도 그대로라고 하는 걸 보면 신당동 어느 떡볶이 가게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가격은 기본 속을 담아 주는 할머니토스트가 3,000 원, 얇은 햄과 치즈가 한 장씩 들어가는 햄토스트, 치즈토스트가 3,500 원, 햄과 치즈가 모두 들어가는 햄+치즈토스트가 4,000원입니다. 언뜻 보면 비싼 것 같기도 하지만, 요즘 같은 물가에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면 절대 비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입니다.

주문은 구두로 받아 주지는 않고, 직접 뒤에 있는 노란 노트에 볼펜으로 적어야 합니다. 토스트의 종류와 수량을 적으면 실내에서 먹고 가는 거고, '포장'이라고 적어야 포장을 해 주십니다. 키오스크가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래도 장소가 전통시장이고, 방문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보니 여전히 옛날 방식을 그대로 쓰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저도 첫 방문이라 헤매긴 했지만 많은 분들이 그냥 알아서 적으시는 걸 보면 단골이 많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스트 만드는 과정

토스트는 달걀을 푼 기본 반죽을 넓게 펼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손에 집히는 대로' 양배추를 한가득 올려 놓는데 그 양이 정말 엄청납니다. 대부분의 토스트 가게들이 기본반죽에 들어 있는 양배추로 속을 만드는데, 이곳은 기본 반죽 외에 양배추와 당근, 쪽파가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는 채소를 한 웅큼 이상 올려 놓고 푹 익힙니다. 철판 하나에 15개의 토스트 속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꽤 숙달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요일 점심 무렵이라서 그런지 제 앞 대기 인원은 15 여 명 정도였고, 토스트 갯수로는 거의 30개 이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혼자 불판 하나에서 하시다 보니 만들어내는 수량에는 한계가 있어 보였고, 기다림의 시간은 약 30분 정도였습니다. 제 뒤로도 계속 대기 인원은 늘어나서 한 시간에 거의 50~60개 씩은 만드시는 것 같았습니다.

토스트를 만드는 과정을 계속 보고 있었는데 눈에 띈 부분이 있었습니다. 혼자서 일을 하시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제 때 빵을 뒤집지 못하면 빵이 그을리게 되는데 조금이라도 탄 것 같은 색깔이 눈에 띄면 그냥 바로바로 버리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재료가 아까울 법도 하고,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하나라도 빨리 토스트를 내고 싶은 마음이 있으실 법도 한데, 최소한 탄 음식을 내지는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 보는 중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토스트 포장

빵을 앞뒤로 노릇노릇하게 구워 내면 바로 포장을 합니다. 실내에서 먹고 갈 손님에게는 은박지로 아래를 받친 후 손잡이가 달린 동그란 받침대에 올려 탁자로 가져다 드리고, 포장해 갈 분들에게는 은박지에 싼 상태에서 자르지 않고 바로 비닐 봉지에 넣어 주십니다. 설탕 많이 뿌린다고 뭐라 하지 마세요~ 한국식 토스트의 기본은 저렇게 넘치듯 뿌려진 설탕과 케찹입니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햄토스트와 할머니토스트를 받아 들어 집으로 향했습니다.

 

토스트가 집에 오는 20분 정도의 시간 동안에도 식지 않고 여전히 뜨끈뜨끈함을 유지해 줬습니다. 집에 와서 별도로 데우진 않고 바로 먹어 봤는데 집에 오는 시간 동안 설탕이 충분히 녹아서 빵 전체에 달달한 맛을 고르게 내 주었습니다. 두께는 약 3.5~4cm 정도였고 특히나 양배추가 듬뿍 담긴 토스트속이 두툼해서 좋았습니다.

맛은 전형적인 한국식 토스트였고, 다른 곳에 비해 양배추의 맛이 더 많이 느껴지는 편이었습니다. 빵을 구울 때 마가린을 아낌없이 두른 덕에 빵은 전체적으로 촉촉하게 코팅이 되어 있었고, 햄맛은 거의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인 할머니토스트가 햄이 들어가 있지 않을 뿐 가성비 측면에서는 더 좋았습니다. 햄은 집에서 대충 프라이팬에 구워서 더 두껍고, 더 많이 넣어서 먹을 수도 있는 만큼 굳이 햄토스트를 구입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총평

이삭토스트의 가격도 이미 단품 가격 기준으로 평균 4,000원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비싼 제품은 5,000 원이 넘기도 하고요. 여전히 전체적인 외식 물가에 비해서는 저렴하다고 생각되긴 하지만 오래 전 먹었던 그 맛, 그 느낌을 받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창동 할머니토스트는 과거 우리가 먹었던 그 맛을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옛날 맛이 많이 났습니다. 재료를 아낌없이 넣는 전통시장 특유의 정서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더해져서 '그래, 전통시장은 이래야지, 이게 맞지' 하는 생각이 들어 창동골목시장 전체에 대한 이미지도 좋게 해 주었습니다.

몸에 안 좋다는 마가린을 아낌없이 지져 넣고, 설탕을 한 숟가락씩 퍼 넣고, 토마토케찹과 머스터드 소스를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쭈우우욱 짜 넣으신 할머니 토스트는 이렇게 먹는 게 한국식 토스트다 라고 여전히 말하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매일 토스트만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가끔 별식으로 먹는 건데 이렇게 먹어야 맞는 거잖아요. 건강 생각할 거면 토스트를 먹으면 안 되는 거죠. 한 끼 맛있게 먹고, 기분 좋아지면 그걸로 충분한 겁니다.  30년 쯤 전에 먹었던 그 토스트 맛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 그리고 요즘의 건강한 토스트가 아니라 아주 제대로 된 든든한 옛날식 토스트를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적극 추천드립니다. 여기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