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는 정말 많은 관광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숙박업체도 있죠. 호텔에서부터 민박까지 그 폭이 매우 다양합니다. 물론 그 가격 차이도 상당하죠. 저는 강아지와 동반 여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호텔이 아닌 펜션을 알아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펜션을 알아 본 기준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3박 4일의 여행기간 동안 편하게 쉴 수 있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관광지 근처보다는 조금은 한적한 곳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함께 여행하고 있는 강아지도 머물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격은 비싸지 않아야 했죠. 후보군은 꽤 많았습니다만, 성산일출봉에서의 일출과 섭지코지에서의 일몰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두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이름이 아주 예쁜 '그림 그리는 펜션' 이었습니다.
저는 그림을 전혀 그리지 못하는 똥손이기 때문에 어디에서나 그림을 그리는 것은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지만 적어도 여행기간 동안에는 제주도의 풍경을 제 머릿속에 그려 넣는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오후에 공항에 도착해서 애월의 커피거리를 들렀다가 숙소를 들어가는 바람에 저녁 시간에 찾아들어가는 펜션의 거리는 꽤 어둡고 멀게 느껴졌습니다. 제주의 특성상 시내를 벗어나면 가로등이 거의 없는 길이 많기 때문에 온전히 자동차의 전조등에 의지해서 제주공항에서부터 숙소까지 들어가는 길의 야간운전은 긴장이 많이 되었습니다. 겨울의 제주는 정말 일몰 이후에는 바로 별이 보일 정도로 어두워지더군요.
그림그리는펜션 에는 꽤 넓은 잔디밭이 있었습니다. 큰길에서 펜션까지 들어가는 중에도 주변에 몇 개의 펜션이 있었습니다만 적어도 그 중에서는 가장 넓은 마당과 깔끔한 외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장님께서 관리를 잘 하시는 것이 티가 났습니다.
저는 바당-A 실에서 3박을 했는데 독채는 아니고 한 건물을 바당-A와 B실로 나눴더군요. 물론 옆 건물에는 독채로 쓸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저는 어차피 2인+강아지여서 방이나 화장실이 2개일 필요가 없으니 상관이 없었습니다.
바당-A실은 네이버에 공개된 가격 기준으로 1박에 5만원이고, 저는 아고다에서 조금 더 저렴하게 예약을 했습니다. 애견 동반 가능이긴 하지만 강아지는 1박에 1만원씩 현장 결제를 해야 하더군요.
바당-A실 : 5만원(1박당)
애견동반 : 1만원(1박당)
그 정도는 아마 어느 펜션이나 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애견 동반이 안 되는 펜션도 꽤 많은 탓에 강아지랑 함께 여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죠.
펜션 바로 옆에는 작은 오름이 있고, 펜션 내부에는 벤치와 그네벤치도 놓아져 있습니다. 주차장은 마당 바로 바깥쪽에 10대 정도는 가능한 걸로 보였습니다. 연말에 가까운 평일이어서 펜션에 주차된 차량은 저희 것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성수기에도 주차장이 부족할 일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런 정도로 '그림그리는펜션'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이해가 안 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펜션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이 아닌 밤에 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별인지 인공위성인지 알 수 없을 정도 되는 몇 개가 반짝 거리는 걸 보는 것도 감지덕지입니다만 제주의 맑은 하늘에는 정말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볼 수 있습니다. 관광지에서 다소 먼 위치인데다가 인공적인 빛이 거의 보이지 않는 덕에 펜션의 마당에서는 한눈에 보더라도 수백, 수천 개의 별을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삼각대를 가져가지 않아서 스마트폰을 돌 위에 놓고 찍은 사진입니다. 셔터스피드를 길게 놓으니 다소 흔들리긴 했어도 정말 많은 별이 한 장에 담겼습니다. 삼각대를 가져 가지 않은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되었습니다. 다음에 제주에 올 때는 반드시! 캐리어에 다른 짐을 빼더라도 삼각대는 꼭 챙겨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셔터스피드를 짧게 해도 이렇게 선명하게 오리온자리를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별이 밝게 보입니다. 그림그리는펜션이라기보단 '별이 빛나는 밤에'가 더 어울릴 법한 정도로 아름다운 밤하늘을 볼 수 있는 펜션입니다.
저처럼 강아지를 동반해서 여행하시면서 조용하고 한적한 펜션을 찾으신다면, 그리고 성산일출봉에서 일출을 봐야겠다고 생각하신다면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그림그리는펜션을 방문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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