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을 맞아 칼국수와 칼국수집에서 나오는 맛있는 배추김치가 그렇게 먹고 싶다는 친구랑 드디어 칼국수집을 다녀왔습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니 강서구 쪽에서는 여러 칼국수집이 나오던데 제가 있는 곳이랑 가까운 가양동 쪽에 봉순이칼국수 집의 네이버, 구글, 카카오맵 등의 평균 평점이 꽤나 높은 편이어서 일단 가 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시골 바닷가 출신이어서 그런지 칼국수 하면 기본적으로 바지락이 들어간 바지락칼국수가 입맛의 기본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 애호박 칼국수나 들깨 칼국수 같은 것들은 그다지 땡기지 않는 편입니다.
위치는 가양역 1번출구에서 나와 버스로 2정거장을 가거나 양천향교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면 갈 수 있습니다. 식당 내부만 보면 오래된 건물처럼 보이지만 실제 위치한 건물은 완전 최신 대형 건물의 1층입니다.
사진을 이상하게 찍어서 왼쪽이 잘렸네요. 그래도 손글씨로 쓰신 메뉴판이 눈에 띄네요. 다만 정리가 좀 안 된 느낌이어서 처음 간 손님으로서는 알아 보기가 힘들었습니다.
저는 칼국수만 먹으려고 하다가 친구가 보쌈도 먹고 싶다고 해서 한방오징어 보쌈 2인 세트를 시켰네요.
한결 보기 좋은 메뉴판이 테이블에도 위치하고 있네요. 이 메뉴를 보고서야 뭔가를 시켜야 할지 감이 오더라고요. 2인 세트를 시키면 삼겹보쌈, 오징어 숙회김치, 미니 냉채보쌈 샐러드, 칼국수가 나오는데요. 칼국수 다 먹고 나서는 죽도 만들어 먹을 수 있습니다.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들입니다. 물론 오른쪽 아래에 있는 오징어 숙회 김치는 보쌈용 김치입니다. 칼국수용 김치는 따로 나오는데 오징어 숙회가 들어 있지 않고 단맛이 나지 않습니다. 보쌈용은 아무래도 고기랑 함께 먹기 때문에 단맛을 강하게 내도록 무친 것 같더라고요. 오징어 숙회 김치와 칼국수용 김치 둘 다 엄청 맵습니다. 직원이신지 사장님이신지 모르겠으나 저랑 친구가 너무 매워하니까 "저희 집 김치가 엄청 매워요"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백김치도 많이 먹었네요.
가장 먼저 나온 미니 냉채 보쌈 샐러드입니다. 기본적으로 냉채다 보니 삼겹살이 딱딱합니다. 겨자 소스가 발라져 있고, 양배추와 양파 등이 함께 버무러져 있는데 독특한 향과 맛을 냈습니다. 다만, 고기가 차갑고 딱딱해서 이건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보쌈 고기가 나왔습니다. 근데 이게 참...... 원래 이런 건지 저희가 오후 1시 쯤 가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고기가 보드랍지 않고 딱딱한 느낌이었습니다. 쫄깃거리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삶은 뒤에 건져 놓은지 오래 돼서 한 번 식었던 것을 다시 데운 느낌이랄까요. 살코기와 비계의 조화는 괜찮았는데 고기 자체가 부드럽지 않아서 보쌈 전문점이라고 하기엔(물론 상호는 칼국수라고 되어있지만, 배달앱에서 봉순이보쌈을 검색하라고 써 놓으신 종이가 붙어 있고, 가게 앞에도 보쌈에 대한 광고를 크게 하시는 걸 보면 분명 보쌈도 주요 메뉴 중 하나라고 생각이 되는데)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원래 고기가 그렇게 구워진 거다 하시면 할 말은 없는데, 매장에서 직접 먹으러 갔음에도 왠지 라이더가 5군데 쯤 돌고 가져다 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라서 실망감이 컸습니다.
그래도 오징어 숙회 김치가 워낙에 맛있어서 보쌈의 부실함을 하드캐리하더군요. 흥국생명을 이끄는 김연경 선수 같은 느낌이랄까. 오징어 숙회 김치는 따로 사 가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가리비가 6개 정도, 홍합이 비슷한 갯수로 들어 있고, 유부와 김가루로 맛을 낸 칼국수 국물이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다 냄새가 듬뿍 나는 풍미가 꽤 괜찮았습니다.
비주얼이 꽤 훌륭하죠~ 맛은 꽤 괜찮습니다. 특히 함께 나오는 김치와 먹으면 가리비의 감칠맛도 배가되는 느낌이 들고요. 하지만 꽤 높은 평점을 받고 있는 곳의 맛이라고 하기까지는 좀 부족해 보였습니다. 김치가 역시 상당한 지분이 있습니다.
칼국수를 다 먹고나서 죽도 가능하냐 여쭸더니 재료를 갖다 주셨습니다. 물론 재료를 부어 주시고는 "잘 젓다가 달걀이 익으면 드세요" 하시고 가시는 쿨함에 제가 저어서 바로 먹었습니다. 죽은 셀프죠. ^^; 그건 뭐 그럴 수 있습니다.
근데 제가 아쉬웠던 부분은 제가 셀프로 죽을 저어서 먹었던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국물 자체가 졸아서 간이 셌는데 육수의 리필없이 기존 칼국수 국물을 제 앞접시에 덜어내고서 밥과 양념재료를 갖다 붓고 저어 먹으니 엄청 짰다는 것입니다.
맛집이라고 해서 왔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김치만이 하드캐리했을 뿐 이것저것 많이 부족함을 느끼는 곳이었다는 겁니다. 재방문 의사는 없습니다.
별 다섯 개 중에서 두 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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