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애플의 에어팟 프로3가 출시되었습니다. 에어팟 프로3는 전작의 출시 후 정확히 3년 만에 나온 고급형 무선 이어폰입니다. 애플의 이어폰 라인업은 크게는 오픈형과 커널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오픈형인 에어팟 4세대는 에어팟 3세대의 후속기라고 할 수 있는 기본 모델과 2024년 새롭게 추가된 노이즈캔슬링 지원 모델로 다시 나눌 수 있고, 커널형은 에어팟 프로3가 있습니다. 전작인 에어팟 프로2는 자연스럽게 단종이 되었습니다.
에어팟 프로3의 출시 전에는 충전 케이스에 LCD가 장착된다, 뭐가 추가된다, 새로운 칩이 탑재된다 설왕설래가 많았지만 막상 출시가 되고 보니 전체적인 형태와 모양, 기능 등은 에어팟 프로2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습니다. 유튜버의 설레발은 알아 줘야 합니다. 심지어 에어팟 프로2의 H2 메인칩셋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에어팟 프로3에 그대로 장착이 되어 있었습니다. H3 장착된다며!! 유튜버 설레발 금지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어쨌든 새로운 모델은 출시가 되었고, H2가 됐든 H3가 됐든 기능적으로, 음질적으로 향상만 있으면 되는 거니 에어팟 프로3가 어떤 제품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포장과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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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는 너무나도 전형적입니다. 뜯는 방식도 동일합니다. 디자인드 바이 애플 인 캘리포니아 문구를 읽을 때마다 눈을 감으면 저멀리 캘리포니아 앞바다가 눈에 보이는 듯하지만 어째선지 하늘이 시뿌연 게 이상하다 싶어 눈을 뜨면 박스 한 구탱이 메이드 인 차이나가 눈에 들어 옵니다. 아, 그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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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내부에는 종이에 잘 싸여 있는 에어팟 프로3의 케이스가 참 예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종이를 벗겨 내면 애플 특유의 우윳빛깔 케이스를 볼 수 있고, 애플 감성이라는 게 참 무섭다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정말 예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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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하단에는 이어팁이 들어 있습니다. 이어팁은 기본 장착된 것까지 총 5가지 크기로 제공이 되며 XL이 아닌 XXS 규격이 포함되어 있는 게 특이한 포인트입니다. 실제 착용해 본 결과 다른 이어폰에 들어가는 이어팁보다 확실히 한 사이즈는 더 작은 걸 써도 충분하다는 생각입니다. 이어팁도 아메리칸 사이즈인가 봅니다. 이어팁은 모양도, 재질도 다른 이어팁과 호환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이어팁을 구입하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즈라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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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은 무선 충전을 지원하며, 에어팟 시리즈 특유의 힌지 모양도 여전히 볼 수 있습니다. 아래쪽에는 나의찾기 기능을 쓸 때 필요한 스피커가 비대칭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당연하게도 USB C 단자도 볼 수 있습니다. 에어팟 프로2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라이트닝 단자를 가지고 있었던 것에 비해 확실히 세대가 달라진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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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프로3의 콩나물은 에어팟 프로2에 비해 좀 더 납작하고, 이어팁의 각도는 다소 틀어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에어팟 4세대를 출시하면서 전세계인의 표준 귀에 맞췄다고 했음에도 정작 내 귀에는 잘 맞지 않아 조금만 움직여도 빠질 것 같은 불안함을 주었던 애플이 또 다시 나에게 시련을 주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잠깐 들었습니다만, 막상 귀에 꽂아 보니 그 어떤 에어팟 시리즈보다 착용감이 좋아서 당혹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일단 에어팟 전 시리즈를 통틀어 저에게는 착용감이 가장 좋았습니다.
그 이유는 일단 모양이 제 귀에 딱 맞게 제작되었다기보다 이어팁의 재질이 바뀌면서 이어팁이 귓구멍에 딱 고정이 되어서인 것 같습니다. 착용감이 좋아지니 사용할 때 불안감도 없어지고 소리도 직접적으로 귀에 내려 꽂는 느낌이었습니다.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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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에어팟은 별도의 앱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처음 설정을 끝내고나면 건드릴 것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그래도 이번 에어팟 프로3에는 청력 테스트와 심박수 운동 측정, 실시간 번역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이 들어가 있어서 그나마 설정할 것들이 좀 있긴 합니다.
심박수 운동추적은 애플워치를 차고 있는 사람들에겐 별 소용이 없는 기능이긴 하지만, 애플워치가 없는 분들에게는 유용한 기능일 겁니다. 저 링 채우는 재미가 있거든요. 링 채워서 배지도 모으고.
에어팟 프로3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하더라도 실시간 번역 기능은 제공이 되지 않았는데 얼마 전 iOS 업데이트 이후에 정식으로 지원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외국인이 없는 관계로 써 보진 못 했습니다.
소리
에어팟 프로3가 처음 나왔을 때 여러 IT 리뷰어분들이 음질이 좋아졌다 난리난리를 친 적이 있습니다. 유튜버들의 설레발이란 2..... 물론 그 당시에는 소리의 설정값이 지금과 다르기 때문에 애플이 사운드 설정을 달리한 것만으로도 음질이 좋아졌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칩셋이 바뀐 것도 아니고 딱히 해상력이 좋아진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음질이 좋아졌는가 하는 부분에 100%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존 에어팟 프로2에서 저음이 강조되고(이는 에어팟 3세대, 4세대와 비슷한 느낌), 치찰음 영역대의 소리를 강조함으로써 저음과 고음이 모두 귀를 자극하는 설정을 통해 애플이 소리가 '달라졌다'는 느낌을 주기 위한 트릭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 iOS26.1 업데이트를 하면서 저음은 그냥 두고 고음역을 날려 버린 애플의 만행 덕분에 이제는 저음이 부스팅된 에어팟 프로2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게 됐습니다.
소리의 장점
냉정하게 말해서 에어팟 프로3의 소리는 장점이랄 것이 딱히 없습니다. 강력한 노이즈 캔슬링 능력을 바탕으로 해서 어떠한 외부 소음이 있는 곳에서도 비교적 조용히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말도 안 되게 자연스런 주변소리듣기 기능을 통해 아주 작게 음악을 들으면서도 안전하게 길을 걸을 수도 있습니다.
소리의 단점
AAC 코덱 만을 지원함으로써 '보통의' 전송 대역폭을 기반으로 하는 '보통의' 해상력, '보통의' 다이나믹, '보통의' 공간감 등이 더해져서 정말 정말 '보통'의 소리를 들려 줍니다. 여기서 보통이라 함은 10만원 이하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의미합니다. 아니 30만원짜리 이어폰에서 10만원 이하의 소리가 난다면 그건 욕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에어팟 프로3를 음질 때문에 구입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고 저는 오히려 반문하고 싶습니다. 저만 하더라도 에어팟 프로3는 음악감상 목적이 아니니까요. 음악 감상을 하려면 더 좋은 이어폰을 구입해야 마땅합니다. Bowers&Wilkins, Melomania, Devialet, AudioTechnica 등에서 나오는 어떠한 이어폰이라도 에어팟 프로3보다는 음질이 좋습니다. 그리고 직전 후기였던 에디파이어 Neobuds Planar 조차도 에어팟 프로3와는 비교하기 어려운 정도의 해상력과 공간감을 표현해 줍니다. 그러니 더 이상 에어팟 프로3는 음질에 대해 얘기하진 않겠습니다.
기능성
에어팟 프로3의 장점은 정말 말도 안 되게 편리한 기능성에 있습니다. 무선 이어폰 중에서 당연 1등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압도적인 노이즈캔슬링 성능을 바탕으로 주변의 거의 모든 백색 소음을 지워 버리고, 심지어 그 동안 정복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대화소리' 역시도 거의 80% 정도는 사라지게 만듭니다. 상대방의 입을 보지 않으면 바로 앞에서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 듣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압도적인 주변소리듣기 기능도 있습니다. 에어팟 프로2와 에어팟 4세대를 지나면서 더 이상 좋아지긴 힘들지 않을까 했던 제 생각이 부끄럽게도 에어팟 프로3의 주변소리듣기 기능은 말도 안 되게 자연스럽습니다. 이어폰을 꽂고 있음을 잊어버릴 수준입니다. 인공적인 기계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에어팟 시리즈는 애플기기에서 두 개의 이어폰을 페어링하여 동시에 같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워크맨 시절 Y잭으로 두 개의 이어폰을 나눠 들었던 바로 그 기능입니다. 친구끼리, 연인끼리 같은 음악을 들으며 데이트를 즐기는 건 안 해 본 사람은 이게 얼마나 멋진 기능인지 알 수 없겠지만, 꼭 한 번 해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주변소리 듣기 기능을 켜 놓은 상태로 두 대의 에어팟을 나눠 끼고 음악을 들으며 동시에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 자체로 삶에 BGM이 깔리는 기분입니다.
애플기기를 넘나들며 연결이 이어지는 기능은 많아야 2대의 멀티포인트 기능을 제공하는 여타의 이어폰과 헤드폰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영역이기도 합니다. 맥북-아이패드-아이폰-애플워치까지 가지고 있는 저에겐 이 기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입니다.
총평
애플이 3년 만에 출시한 에어팟 프로 시리즈의 최신작은 음질을 제외한 영역에서 모두 한걸음 이상씩 성큼성큼 저 멀리 나아간 느낌입니다. 처음 출시 때부터 자랑했던 강력한 노이즈캔슬링은 단순히 좋아졌다를 넘어서 이제는 압도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고, 그건 주변소리듣기 기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이즈캔슬링은 다른 브랜드가 비슷하게 따라 왔거나 혹은 넘어서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주변소리듣기 기능에서 만큼은 에어팟 프로3 근처에도 오기 힘들 겁니다.
자동 번역기능이나 심박수 체크 기능은 충분히 그 기능성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분명 장점입니다. 이전 모델에선 없다가 새로 들어간 기능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습니다.
모든 영역에서 진일보 했지만 딱 하나 그대로인 부분이 바로 음질입니다. 아니 이어폰인데!! 음질이!!!! 애초부터 음질 때문에 사는 기기는 아니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제가 심박수 체커나 자동 번역기를 산 게 아니잖아요? 노캔은 그렇게 잘하면서, 주변소리는 그렇게 잘 들려 주면서 왜 음악은 제대로 안 들려 주는가 싶은 거죠. 제발 펌웨어로라도 좀 더 나은 음질을 들려 줄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음질을 올릴 수 없다면 음색이라도 바꿀 수 있게 해 주든가요.
물론 살 만합니다. 살 만한 가치는 충분합니다. 음질을 빼더라도 에어팟 프로3는 충분히 값어치는 하는 기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아쉬움이 큰 것 같습니다.
저처럼 애플 기기가 많거나 남자친구/여자친구와 함께 음악을 듣거나 무난하면서 끊김 없는 연결성이 우선이면서 그럭저럭 보통의 소리를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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