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을 맞아 친구와 여의도를 방문했습니다. 지난 주에도 벚꽃구경하기 위해 여의도에 온 적이 있는데, 같은 장소를 2주 연속으로 오는 게 게을러 터진 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일단 오늘 여의도에 온 목적은 예전에 상도동에 있던 "온누리쭈꾸미"가 여의도로 옮겼다고 해서였습니다. 주꾸미가 먹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어제와 오늘 아침까지도 여의도의 온누리쭈꾸미를 구글, 네이버, 카카오맵(다음)을 계속 검색했는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없어졌대요. 그것도 없어진 지 한참 됐대요. 건물 관리인님께서 알려 주시더라고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아니, 없어진 지 한참이 됐다는데 여전히 구글, 네이버, 카카오맵에 그런 내용이 전혀 없이 여전히 영업중으로 나오는 것에 진짜 놀랐습니다. 이건 수정을 좀 해야 할 거 같아요.
아무튼 그래서 헛걸음 하기 영 거시기해서 바로 옆에 있는 판동면옥에 들러서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간단하게 네이버와 구글에서 검색을 했더니 별점이 4.0/5.0 이상이더라고요. 후기를 봐도 평가가 영 나쁘지 않기도 했고요. 그래서 친구랑 함께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손님이 없음에도 모든 테이블에 백김치와 양파절임이 기본 세팅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오가는 곳에 이렇게 반찬을 올려 놓는 건 다소 이해할 수 없습니다. 숟가락 젓가락을 기본으로 세팅을 해 놓는 건 그나마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을 줄이는 것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뚜껑도 없는 그릇에 반찬을 미리 퍼놓다니 이건 좀 비상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바로 다음 사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메뉴를 보고 갈비탕과 비빔냉면을 시켰습니다. 그랬더니 반찬을 두 개 더 가지고 오시더라고요? 아니, 어차피 반찬을 가지고 올 거라면 굳이 반찬을 미리 깔아 놓을 필요가 있을까요? 미리 깔아 놓은 것 때문인지 백김치는 미적지근하게 온도가 올라가 있어서 시원한 맛으로 먹는 백김치 특유의 맛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여기서부터 사실 기분이 영 언짢기는 했습니다.
백김치는 미적지근한데, 단맛보다는 짠맛이 굉장히 강한 편이었고, 깍두기와 배추김치는 기본은 하는데 그렇다고 썩 맛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습니다. 배추김치와 깍두기는 갈비탕을 시켜야만 주는 반찬인가 봅니다. 전반적으로 반찬이 많이 짰습니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 언론에 평양냉면 한 그릇 평균 가격이 16,000원이라는 기사를 내보내곤 했기 때문에 그걸 감안한다면, 또 장소가 여의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리 비싸다고는 할 수 없고, 지역까지 감안한다면 저렴한 편이라고까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물론 냉면 한 그릇에 16,000원이라는 것도 이해는 안 되고, 12,000원이 저렴하다고 여겨야 하는 현재의 물가가 정상적이라는 생각은 안 듭니다.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원산지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국내산이지만 갈비는 호주산입니다. 갈비탕은 당연히 호주산이었겠죠.
비빔냉면이 왔는데 놋그릇에 꽤나 먹음직하게 나오기는 합니다. 다만, 면의 양이 1인분이라기에는 좀 적게 느껴졌습니다. 비주얼은 꽤 괜찮아서 기대를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실제 냉면을 먹어 보니 양념이 니맛도 내맛도 아닌 맛인데다가 면이 힘없이 툭툭 끊기는 느낌 때문에 식감 자체가 좋지 않았습니다. 평양냉면 자체가 그러한 거다 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지만 면발 자체가 퍼석거리는 느낌과 메밀 함량이 높아서 찰기가 없는 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이곳의 식당은 면의 색깔을 보면 아시겠지만 메밀의 함량 자체가 높아 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잘못 삶았다는 생각이 드는 거고요. 실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냉면은 그나마 좀 양반이었습니다. 진짜 문제는 제가 주문한 갈비탕에서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갈비탕이 트레이에 담겨서 오는데 테이블에 아직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소고기에서 잡내가 너무 심하게 나더군요. 노린내가 이렇게 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먹다 보면 괜찮겠지 하고 티 안 내고서 가위로 갈비대에서 살코기를 발라냈는데, 가위로 잘리는 느낌이 너무 질기더라고요. 부드러운 고기는 가위로 자르다 보면 손에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고 부드럽게 분리가 되는데, 이 집은 고기가 가위에 정말 썰리는 느낌이 너무 손끝에 잘 느껴지더군요.
갈비를 가위로 다 자르고 한 조각 입에 넣었는데, 입안 가득 퍼지는 육향~이 아니라 노린내!!! 아....이게 무슨!!!!
고기에서 잡내가 너무 심하게 나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고기를 먹다가 국물을 한입 떠 먹었는데 소금간을 전혀 안 했는데도 일단 국물이 엄청 짭니다. 그리고 고기의 노린내가 국물에서도 그대로 배어나서 국물마저도 먹기가 힘들었습니다. 식당에 가서 밥을 두 숟가락도 채 못 먹고 나온 것은 거의 처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맛이 없는 식당에 가서도 어지간하면 다 비우고 나오는 성격인데(음식 버리는 거 너무 싫어해서요) 근데 여기서는 도저히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후기를 몇 분이나 볼지 모르겠고, 또 그 식당의 주인분에게는 닿지 않을 메시지라 할지라도 저는 꼭 이 말은 해야겠습니다. 진짜 장사 그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별 하나도 아깝습니다. 이전에는 맛있었을지 모르겠으나, 2023년 4월 9일 적어도 오늘 점심에는 숟가락을 놓으며 장사하면 안 되는 식당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재방문 의사는 절대 없고, 적어도 제 지인들에게는 절대 말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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