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n년차 앱등이입니다. 그 시작은 아이폰이었는데 어느새 정신을 차려 보니 맥북, 아이패드, 애플워치, 에어팟, 매직키보드, 매직트랙패드까지 정말 많은 애플 기기들을 사용해 봤거나 현재까지도 거의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흔히 말하는 애플병도 상당히 오래 앓았는데 딱 하나 애플병이 생기지 않은 유일한 기기가 오늘 소개할 에어팟 맥스입니다. 에어팟 맥스가 출시된 지 만 5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그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애플병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그 어떤 애플기기보다도 팔이 안으로 굽지 않는 냉정함을 유지한 채로 후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 시원하게 한 번 씹어 보자고요.
제품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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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에어팟 맥스의 포장은 역시나 애플 제품입니다. 애플 제품을 뜯을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종이씰은 한 번에 쓰으윽 뜯어지는 느낌은 정말 기분 좋아집니다. 제품을 뜯어 보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보관 케이스가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패키지 구성이 참 단촐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만 딱 들어 있는 느낌을 주긴 합니다. USB C 케이블도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케이블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은 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요.
케링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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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말이 많은 캐링 케이스입니다. 애플은 스마트케이스 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지만 어느 부분이 스마트한 건지는 아무리 뒤적여 봐도 모르겠습니다. 스마트 케이스의 재질은 가죽입니다. 가죽 재질이 좋은 편이라 오히려 킹받습니다. 허접한 느낌이라면 뭐 이 따위 걸 넣어 주냐고 뭐라 하겠는데 가죽을 만져 보면 느낌 자체가 매우 좋은 편이라 한숨이 나옵니다. 차라리 이거 빼고 제품 가격을 낮춰 주지.
제품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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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맥스를 꺼내 보면 디자인적으로는 매우 예쁜 걸 확인할 순 있습니다. 디자인적으로는 깔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더 화가 납니다. 차라리 못생기기라도 하든가, 아니면 생긴 만큼 소리라도 좋든가.
스타라이트 색상을 고른 이유도 영롱한 금빛이 다른 제품보다 더 예뻐 보이기 때문입니다. 디자인 만으로는 여전히 현역 탑급이라는 생각입니다.(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현역 탑3는 B&W Px8 S2, 애플 에어팟 맥스, B&O H100-얘는 옆에서 봤을 때만- 입니다)
헤드폰의 디자인은 그저 미학적으로 예쁘기만 해서는 곤란합니다. 착용감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에어팟 맥스의 착용감은 썩 좋은 편이 아닙니다. 일단 좌우 장력이 너무 지나치게 강합니다. 아무래도 노이즈캔슬링을 더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좌우 장력을 강하게 설정한 것 같은데 이는 장시간 착용하면 다소 약해질 수는 있겠지만 처음 제품을 받자마자 착용했을 때는 한 시간 넘게 사용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머리를 조여 왔습니다. 지금까지 착용했던 무선 헤드폰 중 착용감은 가장 안 좋았습니다. 흔히 가장 안 좋다고 얘기하는 포칼 베티스보다도 저에게는 더 안 맞았습니다. 머리가 큰 편은 아니어서 포칼 베티스도 여유 있게 몇 시간이고 들을 수 있었는데 에어팟 맥스는 그렇질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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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팟 맥스는 출시된 지 5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마감 상태가 훌륭합니다. 5년 전에 출시됐던 다른 동급의 헤드폰을 지금 시점에서 다시 보면 많은 부분에서 아쉬움을 주는 것과 달리 에어팟 맥스는 출시 이후 USB C 단자의 채용 외에는 디자인 변화가 없었음에도 이어컵이나 힌지 디자인은 다른 회사들이 따라 오기 힘든 수준입니다.
이어컵의 패드는 플라스틱으로 고정되는 방식이 아니라 애플이 사랑해 마지않는 자석으로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다른 회사의 제품들이 이어패드를 분리할 때 강한 힘을 줘야하고, 분리될 때 따다다닥 플라스틱이 부러지진 않을까 염려가 되는 다소 불안감을 주는 소리를 내는 것에 비해 에어팟 맥스는 어렵지 않게 붙였다가 뗄 수 있습니다. 찰칵 찰칵 하는 소리도 듣기 좋고요.
헤어밴드를 조절하는 방식은 슬라이드 방식이어서 스텝 방식에 비해서 느낌이 좋습니다. 슬라이드 방식이 확실히 고급스럽긴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텝 방식은 내 머리에 맞는 단계를 감각적으로(따닥 따다닥 하는 소리로 단계의 위치를) 기억을 할 수가 있는데 슬라이드 방식은 할 때마다 정확하지가 않습니다. 이건 장단점이 있는 방식이라서 취향에 따라 평가는 달라집니다.
하지만 이어컵의 힌지가 돌아가는 방향은 확실히 불호입니다. 이어패드가 내 쪽으로 향하지 않고 바깥쪽으로 향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이어컵이 외부 오염에 취약해집니다. 180도 돌아가면서 사용자의 취향이나 상황에 따라 방향을 안쪽 바깥쪽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게 아니라면 90도 돌아가는 방식에서는 이어컵이 내 가슴쪽을 향하게 하는 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소프트웨어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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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음향기기는 애플 기기에서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바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에어팟 맥스도 페어링을 하면 USB C로 무손실 오디오를 들을 수 있다는 정도의 내용만 나오고 끝입니다. 아이폰의 설정에 들어가면 에어팟 맥스의 기본 설정도 바꿀 수 있는데 디지털 크라운의 사용법이라든가 노이즈 캔슬링 변환 같은 기능이 있긴 하지만 그 외에 별도의 EQ 같은 건 없습니다.
소리
에어팟 맥스의 소리는 전반적으로 탁합니다. 처음엔 블루투스 AAC 코덱의 한계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만, USB 케이블을 연결해서 들어도 딱히 해상력이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지 못합니다.

맥북에서 32비트 48KHz의 높은 샘플링레이트로 동작함에도 해상력 자체가 좋아졌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전반적인 소리는 상당히 플랫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모니터링 용도로 쓸 수 있는 정도는 아닙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중고역대에 어느 정도 깊은 딥이 있는 건지 장막 뒤에서 노래와 연주를 하는 듯한 답답한 느낌을 줍니다. 플랫한 특성은 저역대에서도 느껴지는데 극저역의 재생을 위해서는 소리를 상당히 키워야 하는데 그러면 다른 소리도 같이 커지기 때문에 귀가 상당히 피곤해집니다.
소리의 장점
에어팟 맥스는 나름 대중적인 사운드를 들려 줍니다. 전문 음향기기 회사에서 만든 기기와 달리 너무나 무난한 소리를 들려 주기 때문에 음향기기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 들으면 슴슴한 평양냉면 같은 소리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딱히 자극적이지도 않고 오래 들어도 편안합니다. 하지만 에어팟 맥스의 가장 큰 장점은 공간음향입니다. 애플뮤직의 돌비애트모스 믹싱된 음악을 들을 때는 소리가 많이 작아지고 공간감도 좁아지며 해상력이 확 떨어지는 느낌이 나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영화 볼 때는 괜찮은 소리를 들려 줍니다.
에어팟 맥스는 확실히 OTT 감상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 줍니다. 헤드폰이기 때문에 사운드바처럼 완벽한 공간감을 들려 주지는 않지만 확실히 여타의 이어폰이나 헤드폰보다는 넓은 공간감을 들려 주고 소리의 분리도가 좋은 편입니다. 어쩌면 에어팟 맥스의 사운드 세팅은 영화 감상을 위해 최적화를 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영화 감상에서는 저음의 타격감도 좋고 음성도 잘 들립니다. 케데헌의 What it sounds like 를 들어도 넷플릭스 영화에서의 소리가 더 좋게 들리는 건 그런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소리의 단점
에어팟 맥스는 음악을 들을 때 선명도가 떨어집니다. 하루 종일 영화만 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음악도 들어야 하고 유튜브도 봐야 할 텐데 음악을 들을 때의 선명도는 들을 때마다 아쉽습니다. 전반적으로 플랫한 느낌의 사운드인 데다가 선명성까지 떨어지고 보컬이 다소 멀게 들리니 음악을 듣는 맛이 매우 떨어집니다. 이건 에어팟 프로2에서도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는 편인데 에어팟 프로3에서는 에어팟 프로2와 같은 칩셋임에도 사운드 세팅을 다소 다르게 해서 소리의 느낌을 달라지게 했던 것처럼 에어팟 맥스도 사운드 세팅을 바꿔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총평
에어팟 맥스는 여전히 비쌉니다. 출시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후속기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애플은 그러다가도 불쑥 신제품을 내놓기도 합니다만 에어팟 맥스는 신제품이 정말 출시되어야 할 타이밍이 지난 것 같긴 합니다. 여전히 노이즈캔슬링과 주변소리듣기 기능은 탁월하고 자연스러우며, 조용한 곳에서의 전화 통화 역시 스피커폰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훌륭한 편이긴 하지만 음악 재생 기기로서의 성능이 너무나도 뒤떨어져 있습니다.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AAC 코덱만을 지원할 애플이기 때문에 고해상도 영역의 부재는 분명 신형 기기에서도 아쉬움은 되겠지만 5년 묵은 묵은지도 아니고 이젠 현역을 은퇴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음악을 듣는 내내 자꾸만 들었습니다.
에어팟 맥스는 음악에서보다 영화 볼 때 몰입감을 더 주고, 사운드 밸런스도 더 잘 맞는 느낌이었습니다. 넷플릭스, 애플TV, 디즈니플러스 모두에서 그랬습니다. 여전히 영화 볼 때는 여전히 현역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비쌉니다. OTT용 헤드폰으로 60만원이라니요. 게다가 착용감도 안 좋아서 영화를 보는 두 시간 동안 삼장법사에게 괴롭힘 당하는 손오공이 되고 싶진 않기에 OTT 용으로도 추천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플 유저분들, 제발 그만 사세요. 안 팔려야 애플에서 신제품 내주려나 봅니다. 애플이 신제품을 내 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보내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그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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