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LI는 덴마크의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입니다. 고급 스피커와 헤드폰 뿐만 아니라 블루투스 스피커도 만들어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스피커의 경우 가격대가 높은 편이라 선뜻 손을 댈 수 없지만 그래도 무선 헤드폰과 블루투스 스피커는 그래도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정도의 가격대로 팔고는 있습니다. 블루투스 스피커 가격이 거의 50만 원이기 때문에 그쪽으로는 손을 안 뻗게 되는 건 함정입니다.
DALI의 헤드폰은 20만 원대의 iO-4부터 가격대를 서서히 높여가며 6, 8로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12까지 나와 있습니다. 제품은 오디오 전문 회사인 만큼 음질적으로는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긴 합니다만 의외로 많은 판매가 이뤄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고(오디오 전문가들 사이에서나 유명하지 일반인은 소니 보스는 알아도 달리는 몰라요~ 열이면 열 모두 살바도르 달리? 할 겁니다) 무선 제품임에도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는 제품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다른 보급형 기기를 건너뛰고 저는 바로 DALI의 최고급 헤드폰인 iO-12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워낙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무선 종결기', '무선 끝판왕' 같은 타이틀을 여러 기기와 공유하는 편이라 소리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제가 감히! 무선 끝판왕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겠다 싶긴 합니다. 이건 그냥 제가 느끼는 대로 적는 거니까 제 생각이 다른 분들과 다르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해 주세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거니까요.
제품 포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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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포장은 상당히 커다란 종이상자로 되어 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본 모든 무선 헤드폰 중에서 가장 큰 상자일 것 같습니다. 자로 재 보지 않고 그냥 봐도 '아 겁나 크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역시 고급 제품이어서 그런지, 제품에 자신감이 있어서 그런지 제품 상자 겉면에는 제품 이미지와 제품명이 메인으로 표현되어 있고 모서리 구석에 작은 글씨로 뭐가 써 있긴 합니다. 뭐라고 써 있든 상관 없습니다. 이건 달리 니까요.
상자 위를 덮고 있는 띠지를 빼내고 내부 상자를 마주해도 역시 심플합니다. 회사 로고와 제품명이 커다랗게 보일 뿐 다른 건 보이지 않습니다. 대단한 자신감입니다. 역시 고급 제품은 이래야 하는 겁니다. 상자 옆에는 쉽게 여닫을 수 있도록 주황색 손잡이가 있습니다.
제품 포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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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박스를 열면 속박스 안쪽에 스폰지가 덧대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죽으로 된 헤드폰이 다칠까 상자 안쪽까지 신경 쓰는 것은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헤드폰이 캐링 케이스에 들어가 있어서 저렇게까지는 안 하는데 케이스는 안쪽에 따로 두고 헤드폰을 그 위에 얹어 놓은 포장 형태라서 그런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케이스 안에 넣었으면 포장지도 작아졌을 텐데)
캐링 케이스도 네모네모합니다. 재질이나 마감 형태는 가격대에 걸맞은 수준의 고급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비싼 값은 한다는 인상을 주기에는 충분합니다.
캐링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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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링 케이스 내부를 열어 보면 자석으로 된 덮개가 있습니다. 덮개를 열어 보면 3m짜리 3.5mm 케이블이 들어 있습니다. 케이스 상단에는 고무밴드로 된 주머니가 있는데 그 안에는 항공잭, 1.2m짜리 3.5mm 케이블, USB A to C 케이블이 들어 있습니다. 주머니에서 채 못 꺼냇지만 3.5mm to 6.3mm 연결잭도 있습니다. 아날로그에 진심인 회사입니다.
제품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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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LI iO-12는 상당히 크고 무겁습니다. 전체적인 색상은 짙은 고동색이라 다소 오래 전 출시됐던 고급 세단의 시트 색상 같습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탔던 로얄 살롱 의자 가죽을 그대로 쓴 느낌이랄까요. 고급스럽지만 제 스타일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올드해 보입니다. 물론 DALI iO-12를 구입할 정도면 기본적으로 나이가 있는 분들이겠고, 저 역시 그리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할.아.버.지.' 색상을 머리에 쓰고 싶진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색상은 변경해 주시길 진심으로 바라 봅니다.
앱이 없기 때문에 헤드폰 정면과 옆면에 있는 버튼들로 모든 기능을 동작해야 합니다. 앱이 없다는 게 단점일 수 있겠습니다만, DALI iO-12의 주 고객층이 앱을 오히려 불편해할 수도 있는 연령대여서 그런지 그 단점이 크게 다가오진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 버튼의 위치가 정말 기가 막히게 위치하고 있어서 오십견에 무리가 되지 않을 수준으로 자연스럽게 팔을 들어 이어패드에 손을 갖다 대면 엄지손가락의 위치에 전원 버튼이 정확히 위치합니다. 하이파이/베이스 버튼은 손목을 살짝 틀어야 하지만 그 버튼은 초반에 몇 번 비교해 보고는 그 뒤로는 거의 손댈 일이 없기 때문에 터널증후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른쪽 이어패드의 앞쪽에 위치한 ANC 버튼 역시 그렇습니다. DALI iO-12는 ANC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한 수준이라서 켜나 끄나 별 차이가 없는 걸 깨닫는 순간 그 버튼은 존재 의미를 상실하게 되는 만큼 누를 일이 없습니다. 사용자의 손목 보호를 위해 기능을 없앤 DALI의 엔지니어 칭찬합니다
이어패드의 평평한 면에는 위아래로 눌러 소리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거나 가운데를 1,2,3회 눌러 재생/멈춤, 다음곡, 이전곡을 선택할 수 있는 물리 버튼이 있습니다. 터치식이 아니어서 오동작은 확실히 적은 편입니다.
이어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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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기능 버튼은 오른쪽 이어패드에 있고, 왼쪽에는 아날로그 단자 하나만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른손잡이들이 많은 만큼 오른쪽 이어패드에 기능을 몰아 넣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어패드의 재질은 눈으로 봐도, 손으로 만져도, 귀에 갖다 대도 확실히 고급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죽의 품질과 마감은 디자인 요소 중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입니다.
거의 대부분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이 헤드밴드와 이어컵을 연결하는 부분에 힌지를 달아 전체적으로 움직이도록 설계한 것과 다르게 DALI iO-12는 헤드밴드와 연결된 이어컵 부분은 고정이 되어 있고 이어패드 부분만 까딱까딱 움직이면서 얼굴 형태에 대응합니다. 동작 각도는 그리 크지 않지만 그래도 힌지 전체가 움직이는 방식보다 미세한 조정이 가능하다는 건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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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헤드폰과의 비교입니다. B&W Px8 S2와 비교한 DALI iO-12는 옆으로 더 넓고 캠브리지오디오 P100SE와 비교해서는 다소 좁습니다. P100SE는 진짜 어디 내놔도 부끄러운 쩍벌 아저씨입니다. 흡사 윤석열

DALI iO-12는 총 4가지 연결 방식을 지원합니다. 무선 헤드폰이니 당연히 블루투스로 연결이 되며 지원 코덱은 AptX HD 입니다. 유선 연결은 디지털고 아날로그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데요, 먼저 디지털 방식인 USB C 연결을 하면 24비트 96KHz로 신호를 주고 받습니다. 아날로그인 3.5mm 케이블을 통해 연결하면 헤드폰의 전원을 켠 상태에서도, 끈 상태에서도 각각 연결이 가능합니다. 두 차이는 헤드폰의 자체 앰프를 사용하느냐 아니면 외부 앰프를 사용하느냐입니다. 별도의 헤드폰 앰프를 가지고 계신 분은 기존의 유선 헤드폰과 마찬가지로 헤드폰의 전원을 끈 상태로 연결해서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헤드폰 유닛이 가진 성능을 극한까지 밀어 붙여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그 만한 성능의 헤드폰 앰프가 있어야겠지만요.
저는 블루투스와 USB 연결을 주로 테스트했고, 아날로그 연결도 해 보기는 했습니다.
소리
일단 저에게 가장 좋은 소리를 들려 준 건 당연하게도 USB C 연결이었습니다. 소리는 기본값인 하이파이 모드로 주로 들었습니다. 전체적인 소리는 중역대가 상당한 해상력을 가지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고, 저역은 상대적으로 많이 비어 있었습니다. 딱히 저음이 안 나는 건 아닌데 소리가 절제되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고역은 상대적으로 찰랑찰랑하고 표현력이 좋았습니다. 공간감이 넓게 형성되는 편이라 블루투스 헤드폰보다는 유선 헤드폰에 더 가깝다는 인상입니다.
베이스 모드로도 들어 봤는데 확실히 하이파이 모드보다는 저역이 두툼해지는 걸 느낄 수 있긴 합니다. 그러나 특정 노래에서는 베이스 모드와 하이파이 모드가 거의 차이 없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고, 저역이 두툼해지는 것과 비례해서 보컬 영역이 둔탁해지고, 고역대의 찰랑거리는 표현력도 떨어지는 만큼 베이스 모드를 켤 메리트가 없었습니다.
소리의 장점
DALI iO-12에서 가장 먼저 느껴진 장점은 해상력이 좋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중역대의 해상력이 좋아서 보컬이 표현하고자 하는 감성, 화음을 쌓는 영역과 보컬 끝자락의 공기감까지도 아주 잘 느껴집니다. 저역이 비는 만큼 중역대와 고역대의 소리가 상대적으로 더 잘 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런 소리의 특징은 드럼 연주에서도 두드러집니다. 드럼 세트 중에서도 스네어 드럼의 소리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스네어가 가진 특유의 금속성 소리 표현이 좋은 편입니다. 송소희, 아이유 같이 공기소리 가득 품은 여성 보컬에는 찰떡 궁합을 보여 줍니다. 송소희의 Not a dream 이나 스즈메 같은 곡에서는 눈을 감고 들으면 그냥 대자연이 펼쳐지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악기 중에서는 차임벨 같이 금속성을 띤 부드러운 소리에 강점이 있고, 바이올린 같은 현악기보다는 피아노 곡이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소리의 단점
DALI iO-12는 저역이 다른 헤드폰에 비해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고 위에 썼지만 나쁘게 말하면 저역이 많이 허전합니다. B&W의 Px8 S2의 경우 풍성하고 깊은 저역이 두툼하게 밑단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반해 DALI iO-12는 EQ로 극저역을 아예 -10단계 쯤 한 것 같은 그런 수준으로 저역이 비어 있는 느낌이 듭니다. 저역을 좋아하는 분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저역 테스트할 때 주로 듣는 스트라토바리우스의 Black Diamond 에서 베이스 속주가 마치 6현 우쿨렐레....
위의 장점에 있는 부분이긴 한데, DALI iO-12는 고음이 예쁘게 나오는 차임벨 같은 악기에는 강점이 있지만 일렉 기타의 강력한 고음이나 하이햇의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의 표현이 아쉽습니다. 소리가 안 나는 건 아닌데 때론 강렬하게 나와야 하는 소리마저도 예쁘게 내 주니 메탈을 듣는 맛이 확연히 떨어집니다. 아마 DALI의 음향 엔지니어는 헤비메탈을 안 듣는 모양입니다.
총평
DALI iO-12는 150만 원이 넘는 고가의 블루투스 무선 헤드폰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호와 불호는 갈릴지라도 포장에서부터 제품 외관에 대한 고급스러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실물이 가지는 고급감은 압도적입니다. 같은 100만 원대에 판매중인 Px8 S2와 견줘도 고급감이라는 면에 있어서는 한 급 위라고 생각이 됩니다. Px8 S2가 가진 고급감이 댄디함을 바탕으로 한 절제미가 있는 최근의 재규어 차량 같다면 DALI iO-12는 몇 세대 이전에 판매했던 클래식 재규어 차량 같습니다.
DALI iO-12의 소리는 전대역에 걸쳐 해상력이 좋고, 중고역대에서 부드럽고 예쁜 소리를 내 줍니다. 물론 곡에 따라 치찰음 영역대를 건드릴 때도 있고, 저역의 깊이와 양감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도 있습니다. 베이스 모드와 하이파이 모드를 버튼 하나로 오갈 수 있는 것은 간단해서 좋지만 소프트웨어적인 EQ와는 다르게 딱 하나로 소리 세팅이 고정되어 있어서 별도로 조정할 수 없다는 건 아쉬운 부분입니다. 또 베이스 모드의 소리가 더 듣기 좋은 소리라고 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아마 대부분의 사용자는 저처럼 하이파이 모드로 놓고 쓸 것 같습니다.
이 제품은 냉정하게 말해 무선 기기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무선 기능을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은 유선 기기에 무선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4가지 연결 방식 중 블루투스로 연결했을 때의 소리가 가장 안 좋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의 경우는 별도의 헤드폰 앰프가 없어서 아날로그 연결 시 맥북프로 M5에 있는 3.5mm 단자로 연결을 했습니다만 그 소리마저도 블루투스로 들었을 때보다 좋은 소리를 내 주었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에겐 DALI iO-12를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꼭 하나의 기기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150만 원으로 훨씬 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DALI iO-12는 실내에서는 USB C나 3.5mm 케이블을 이용해서 유선으로 듣다가 여차하면 들고 나갈 수도 있는 제품이고, 그 두 모드를 하나의 기기로 오갈 수 있다는 것을 장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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