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에 진심입니다. 동일한 네이밍을 가진 자사의 플래그십 제품을 벌써 6번째로 내 놓는 것만 봐도 노이즈캔슬링 시장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소니가 2016년 WH-1000X가 세상에 내 놓은 이후 거의 10년이 다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 시간 동안 소니의 WH-1000X 시리즈는 보스, 애플과 함께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3대장의 한 축으로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인기 모델이 되었습니다.
WH-1000XM5가 출시되고 얼마 되지 않아 저도 구입을 해서 사용을 했었지만, 저는 저역이 부스팅되고, 보컬은 눌린 답답한 사운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결국 금방 다른 제품으로 교체를 하긴 했습니다만, 그런 저와는 달리 WH-1000XM5는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누린 제품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WH-1000XM5의 사운드 세팅에 적잖은 불만을 드러내었고, 그 시기 동안 하이엔드 오디오 음향기기 제조사의 노이즈캔슬잉 헤드폰 시장으로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면서 음질에 있어서 소니가 주장하고자 했던 "노캔이 강하면 음질은 어쩔 수 없어"가 더 이상 변명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니의 신제품이 출시되었습니다. 전작의 놀라운 판매량 때문인지, 1000XM5 이후 3년 만에 (시간을 끌다끌다) 출시한 WH-1000XM6는 어떤 제품인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제품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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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WH-1000XM5의 포장에 비해서 전체적인 부피가 줄어들었습니다. 기본적인 재질이나 패키징 형태는 그대로이지만 부피가 줄어들어 물류비에는 많은 절약이 있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캐링케이스 역시 전작에 비해 부피가 줄어들었습니다. 근데 저 설명서가 담긴 종이 상자는 저렇게 대롱대롱 매달린 채로 넣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품 외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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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WH-1000XM6는 전작과 달리 힌지가 접힌 채로 캐링케이스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렇게 접혀 있으니 전체적인 패키지 부피가 작아질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는 보스의 제품에서도 익히 볼 수 있는 방식이라 새롭지는 않지만 헤드폰 접고 남은 공간에 케이블류를 넣은 것은 일본 특유의 공간활용에 최적화된 모습 같아 보입니다. 케이블 공간에는 별도의 뚜껑이 있지는 않지만 탄력이 있는 천으로 덮여 있어서 케이블을 넣고 빼는 건 물론이고, 쉽게 빠져 나오지도 않게 잘 고정이 됩니다. 낮은 생산 원가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방법을 찾는 건 일본 회사 특유의 효율성인가 봅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전작과 거의 비슷하지만 힌지가 접히는 것 하나만으로 전혀 다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다만 전체적으로 플라스틱이나 인조가죽의 품질이 썩 높아 보이지는 않는 게 단점입니다. 전작보다 가격이 10만 원 이상 올랐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납득가능한 가격 상승분은 저 힌지 뿐입니다.(부피를 줄임으로써 전체적인 물류비용이 감소되어서 사실상 원가가 그리 많이 오르진 않았을 것 같긴 합니다만)
제품 외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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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제품의 디자인은 WH-1000XM5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소니 제품에 어지간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게 5인지 6인지를 한 번에 알아채기는 쉽지 않습니다만, 자세히 살펴 보면 일단 전원 버튼의 모양이 납작한 USB C 단자 모양에서 원형 버튼으로 바뀐 것은 눈에 확 들어 옵니다.
노이즈캔슬링을 위한 마이크가 12개로 늘어(전작 8개, 전전작 4개) 더욱 강력하고 빠른 노이즈캔슬링 실력을 보여 준다고 하는데, 실제로 노이즈캔슬링은 정말 뛰어납니다. 전작도 이미 훌륭한 수준이긴 했지만 연속적인 소음에 치중됐던 반면, WH-1000XM6의 노이즈캔슬링은 일상적인 대화 같은 비연속적 소음에서도 정말 뛰어난 수준의 소음 감쇄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시끄러운 수준의 TV(사운드바+리어+우퍼) 사운드도 헤드폰을 쓰고 있으니 웅얼웅얼대는 느낌으로만 들립니다. 집중하지 않으면 정확하게 무슨 말을 하는지를 알 수 없는 정도까지 이르렀습니다. 역시 헤드폰 3대장 중 최신 제품 답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노캔은 진짜 최고입니다.
저는 소니 헤드폰의 외관에서 다른 것들은 다 이해할 수 있는데, L, R 표시가 저렇게 조그맣게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다른 제조사가 괜히 이어컵 한가운데에 대문짝 만하게 표시하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이건 소니가 바꿔 주면 좋겠습니다.
WH-1000XM6는 이어컵의 장력은 적당한 편입니다. 이어컵의 패드 역시 상당히 보들보들한 소재이긴 한데, 저에겐 이상하게도 정수리의 압박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다른 헤드폰을 안 쓰는 것도 아니고, 나름 굉장히 다양한 제조사의 헤드폰을 써 왔다고 자부하는데 최근 제품들 중 이렇게 정수리가 아픈 것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콘헤드 스타일도 아니고, 군모 57호 정도의 보통의 머리를 가지고 있는 편인데 말입니다. 한 시간 정도 쓰면 정수리가 아파오기 시작해서 두 시간이 넘으면 벗어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헤어밴드의 디자인 탓인지, 제 머리 탓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WH-1000XM6를 착용하고는 이상하게도 귀가 불편했습니다. 귀 넣는 공간이 그리 크지 않고, 저의 귀도 평범한 편인데 귀가 어딘가에 눌려 있는 느낌이 계속 들었습니다. 이어패드에 눌린 건가 싶어서 헤드폰을 이리저리 움직여 봤는데도 자꾸 귀에 닿아서 귀도 접어 봤는데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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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공통적으로 제가 가지고 있는 헤드폰의 오른쪽 이어컵 내부입니다. 이어컵 내부는 귀 뒤쪽으로 귀 모양에 따라 대각선으로 공간을 만들어서 디자인을 하게 되는데 위에서부터 B&W Px8 S2, 캠브리지오디오 P100SE, 젠하이저 HDB630, 소니 WH-1000XM6를 보면 확실히 소니 제품이 이어패드와 드라이버 사이에 공간이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걸 보면 제 귀에 닿았던 건 이어패드가 아니라 유닛을 가리고 있는 저 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소니가 이번에 드라이버의 각도를 틀어서 제작했다고는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그 덮개 역시도 틀어서 만들었어야지요. 그건 또 일직선으로 만들면 어쩌자는 겁니까. 제 귀가 요다 스승님 같은 스타일도 아님에도 귀에 닿는다는 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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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의 앱 설치는 매우 수월한 편입니다. 전자기기 회사인 만큼, 또 무선 헤드폰만 무려 10년 가까이 만들어 온 회사인 만큼 구력이 쌓였을 테니 어쩌면 당연한 겁니다. 많은 회사들이 소니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본받을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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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의 기능 설명 부분입니다. 앱을 설치하고 기기를 연결하면 튜토리얼이 진행되는데 자세해도 너무 자세합니다. 버튼을 최소화하고 터치센서에도 기능을 넣다 보니 생긴 일일 텐데 이건 한 번 본다고 외울 수 있을 내용이 아닙니다. 그냥 이런 기능이 있다~ 하고 넘어간 후 쓰면서 천천히 손에 익히는 방법이 더 좋습니다.
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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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는 역시나 전자기기 회사 답게 앱 안에 정말 많은 기능을 담고 있습니다. 너무 많아서 일일이 캡쳐하기 싫어질 만큼 많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다하다 결국 포기했습니다. 제가 아는 한은 앱 안에 가장 많은 정보와 기능을 욱여 넣은 기기임에 분명합니다.
저는 아이폰 유저이기 때문에 기본 아이폰으로 듣기 보다는 QCC Pro 동글로 페어링을 한 후, 소니의 자랑 고음질 코덱 LDAC의 음질 우선 모드로 음악을 들었습니다. 확실히 소니 기기는 AAC가 아닌 LDAC으로 들어야 제대로 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건 AptX Adaptive 코덱을 지원하는 기기들도 마찬가지이긴 하니 가급적 고음질 코덱 지원 동글을 하나 정도 구입하시는 게 어떨까 조심스레 추천합니다. 갤럭시도 LDAC은 지원하지만 AptX Adaptive나 Lossless는 지원하지 않으니까요.
소리
제목에 쓴 것처럼 소니 제품이 가지고 있던 특유의 답답함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여전히 저음이 다소 뭉툭한 감은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 가격대에서 이 정도 기능성을 가진 전자기기에서 들리는 소리치고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특히 전작인 WH-1000XM5에 비해서는 일취월장했습니다. 게다가 저멀리 아득하게 멀리 들리던 보컬 영역도 제법 앞으로 치고 나와서 듣기 좋은 보컬 소리를 들려 줍니다. 해상력도 이전작에 비해서는 좋아졌습니다. 사운드는 전반적으로 향상된 게 맞습니다. 이 정도면 전자기기 회사로서는 최상급 소리를 뽑아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소리는 많이 좋아졌습니다.
전작인 1000XM5가 워낙 소리에 있어서 기본도 안 된 느낌을 주었고, 냉정하게 평가해서 앤커의 스페이스원(10만원 미만 제품)과 비교해서도 낫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기 때문에 전작과의 비교는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M5는 구입 후 기본 상태에서는 도저히 들어 줄 수가 없어서 제가 굉장히 싫어하는 EQ질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원하는 정도의 해상력, 밸런스, 답답함을 해소하지 못해 일주일 정도 만에 당근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제조사 헤드폰과 비교하면 여전히 해상력, 톤발란스, 공간감, 다이나믹 어느 하나 특출나게 나은 점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노캔3대장들은 헤드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부터 다시 고민해 봐야 할 겁니다.
소리의 장점
일단 앞에도 언급했던 소리의 답답함이 사라졌습니다. 이전 M5가 저음은 강제로 부스팅 되어 있는 데다가 보컬 영역은 뒤로 쑥 빠져 있고 고역대는 또 올라가 있어서 전형적인 대문자 V자 같은 느낌을 주었는데 M6에서는 저역이 다소 줄어 들고, 보컬이 앞으로 치고 나와 훨씬 선명한 보컬 영역대의 소리를 들려 줍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완전히 누워 있는 것 같은 M자에 가깝다는 느낌입니다. 노이즈가 심한 곳에서 노이즈캔슬링을 켜고 들으면 듣기에 괜찮은 소리를 들려 줄 것 같습니다.(애석하게도 제가 생활하는 공간 반경에는 그다지 소음이 심한 곳이 없습니다)
소리의 단점
짧은 단점에 비해 이제 단점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전자기기 회사의 제품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살살 하겠습니다. 1000XM6는 소리의 저역과 중역의 밸런스는 잡았는데 이상하리만큼 소리에 공간감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소리가 그냥 가운데서 쏟아져 나옵니다. 다른 기기로 듣다가 M6로 음악을 들으면 음악이 매우 단순해집니다. 이게 유닛의 한계인지, 아니면 이어컵 내부를 극단적으로 좁혀서 발생한 문제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소리가 양쪽 눈동자 사이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화사의 Good Goodbye에서처럼 보컬을 왼쪽, 오른쪽을 각각 녹음해서 따로 들려 주는 것처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소리가 중앙집권적입니다. 지방 다 죽게 생겼습니다.
이게 애플의 공간음향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본 소리의 공간감을 극도로 좁혀 세팅했다는 말이 있었던 것처럼 소니의 360도 사운드를 위해서 그렇게 세팅한 거라면 이건 문제가 좀 있어 보입니다. 본인들의 기술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써야 제대로 된 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게 과연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긴 합니다.
헤드폰의 이어컵을 양손으로 살짝씩 들어 줬더니 공간감이 확 살아나는 느낌을 주네요. 소니가 M6를 만들면서 세계적인 사운드 엔지니어들과 협업했다고 하던데, 소니가 협업할 사람들은 사운드 엔지니어가 아니라, 헤드폰 설계 엔지니어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총평
소니의 WH-1000XM6는 강력한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입니다. 노이즈캔슬링 성능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아마 거의 없을 겁니다. 그로 인해 언제나 그렇듯이 1000X 시리즈는 노캔3대장의 한 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압도적으로 많이 팔리고 있을 겁니다.
소리에 있어서도 전작 대비 큰 향상을 이루었기 때문에 전작을 가지고 있는 사용자로서도 바꾸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에 충분한 소리를 들려 줍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작 대비입니다. 전반적으로 소리에 있어서는 다른 제조사와 비교했을 때 절대적으로 좋다, 50만원대의 소리를 들려 준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노캔이 다소 아쉽긴 해도 소리 자체만으로는 B&W, 젠하이저, 캠브리지오디오 제품이 훨씬 듣기 좋은 소리를 들려 줍니다.
헤드폰은 주변 소리를 없애는 게 주목적이 아닙니다. 노이즈캔슬링은 더 좋은 소리를 듣기 위한 도구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니 WH-1000XM6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귀의 피로도를 덜고, 귀를 덮어서 에어팟 프로3로는 막을 수 없는 귀 동상도 막아 주면서 소리가 나는 걸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진짜 음악을 듣고자 하시면 다른 거 구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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