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붕어빵을 좋아합니다. 앉은 자리에서 대여섯 마리는 그냥 먹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간은 거의 사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맛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가격은 물가 상승 때문에 어느 정도 오를 수 있겠죠. 하지만 가격만 오른 게 문제가 아니라 맛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붕어빵의 빵이 퍼석퍼석해진 데다가 팥앙금의 양도 줄었는데요, 예전에는 붕어의 살코기처럼 많았던 팥앙금이 이젠 붕어의 내장 정도로 느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안 사 먹었는데 얼마 전 여자친구가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을 수 있는 붕어빵을 보내 줘서 먹어 봤습니다.
먹어 보고 느낀 점은 아, 이건 소개를 해야겠다 라는 것입니다. 제가 왜 그렇게 느꼈는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포장
![]() |
![]() |
제품 제조사는 '용궁식품'이며, 제품명은 '용궁에서 온 붕어빵' 입니다. 아마도 붕어빵을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진 회사인 것 같다는 추측을 해 봅니다. 회사 이름을 용궁식품이라 만들어 놓고서 이름에 맞는 식품을 찾은 것이 아니라, 붕어빵을 만들어 팔기 위해 그에 어울리는 회사 이름을 지었다는 게 더 합리적인 추론이겠죠.
포장지에도 붕어빵의 모양이 있는데, 이 분들은 제품 사진을 바꿔야 합니다. 아니 이렇게 맛없게 허여멀건하면 안에 팥이 하나도 안 보이잖아요. 저 정도면 거의 밀가루빵 아닙니까. 붕어싸만코도 아니고 말이죠.
제품 뒷면에는 전자레인지에 2분30초, 에어프라이어에 180도로 13~15분을 데워 먹으라는 안내 문구가 있습니다. 칼로리는 보지 않겠습니다. 칼로리 볼 거면 붕어빵 먹으면 안 되는 겁니다.
냉동 상태의 붕어
![]() |
![]() |
![]() |
![]() |
냉동 상태의 붕어를 한 마리 꺼냈습니다. 냉동 상태의 붕어의 첫인상은 밀가루가 좀 많아 보이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보면 거뭇거뭇 보이는 팥의 그림자가 범상치는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알아챌 수 있습니다. 1자는 넘지만 아담한 붕업니다. 길이는 대략 11~12cm, 등지느러미부터 배지느러미까지의 폭은 약 5~6cm 정도입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방생이 필요한 어린 개체입니다만, 붕어빵 세계에서는 납득 가능한 사이즈입니다.
냉동 붕어 중량
![]() |
![]() |
전자저울로 냉동 상태의 붕어 무게를 재 봤습니다. 71.9그램입니다. 편차를 생각하면 약 72그램 정도겠네요. 한 봉지에 1kg이니까 13.888888 마리가 들어 있겠네요.
에어프라이어로 구운 붕어빵

72그램밖에 안 되길래 한 번에 4마리를 에어프라이어로 구워 봤습니다. 붕어빵은 전자레인지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에어프라이어로 데워서 드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붕어빵이 눅눅해져서 흐물흐물해집니다. 에어프라이어에 데우면 진짜 막 구워 낸 붕어빵과 비슷한 식감,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에에프라이어에서 15분간(처음 10분, 뒤집어서 5분) 무적의 180도로 조져 주면서~ 구워 낸 모습입니다.
냉동 상태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팥의 디테일을 볼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아 꼬리 끝까지 한가득 팥이 들어 있습니다. 팥이 저렇게 시커멓게 드러날 만큼 빵의 피도 얇은 편입니다. 칼로리는 떠올리지 않습니다. 칼로리 머리로 떠올릴 거면 붕어빵 당장 내려 놓으세요.
맛
맛은 깜짝 놀랄 만큼 맛있습니다. 이게 냉동식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맛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팥이 한 마리 가득 들어 있는 데다가 팥의 식감이 또 괜찮습니다. 설탕이 많이 들어 있는 탓인지 단맛은 꽤 강한 편입니다만 붕어빵 먹으면서 설탕이 많니 적니 얘기하는 거 아닙니다. 붕어빵은 맛있으려고 먹는 겁니다. 건강하고 싶으면 붕어찜이나 붕어진액을 먹어야죠. 맛은 보장 못합니다.
총평
진짜 전국의 붕어빵 파시는 분들 반성하셔야 합니다. 붕어빵이 더 이상 저렴한 길거리 간식이 아니고, 한 개에 최저 700원에서 비싸면 1000원 수준인데 냉동식품인 용궁에서 온 붕어빵이 1kg 2봉지에 21,300원입니다. 2kg에 21300원, 한 봉지에 약 14마리 들어 있다고 계산하면 한 마리에 760원입니다. 이 정도 팥의 양에, 이 정도 바삭 쫀득거리는 식감의 빵이라면 저는 700원짜리 붕어빵 안 먹고 용궁붕어빵 먹을 겁니다. 집에 에어프라이어가 있는 분들이라면 한겨울 간식으로 군밤, 군고구마에 이어 붕어빵까지 간단히 만들어 드시길 적극 추천드립니다. 진짜 맛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