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는 네덜란드의 야마하 같습니다. 안 만드는 것 없이 다 만들고, 또 아낌없이 회사를 팔아 버립니다. 무언가를 만들 자회사를 수도 없이 세웠다가 어느 정도 되면 자회사를 매각해서 모회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만큼 정말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저도 필립스의 사운드바도 잠깐 맛뵈기로 경험했었고, 커피메이커도 가지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빼어나게 전세계 톱을 찍지는 못해도 이 회사가 만든 것은 그게 무엇이든 '기본은 한다'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것 역시 야마하랑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런 필립스에서 음향기기를 만들지 않는 건 이상하죠. 상당히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피델리오 라는 사운드바도 있고, 이어폰, 헤드폰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 역시도 다른 회사에 매각함으로써 더 이상 필립스가 직접 제작하는 제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필립스의 브랜드로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는 건 필립스 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것이 판매량에 도움이 된다는 뜻일 겁니다. 필립스의 TAH8000은 어떤 헤드폰인지 알아 보겠습니다.
제품 포장 및 구성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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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TAH8000은 8만 원대의 상당히 저렴한 가격의 제품입니다. 그래서 제품 상자 역시 특출나게 두드러지는 것이 없습니다. 저렴한 가격인 만큼 블루투스 헤드폰에서는 거의 필수라고 할 수도 있는 캐링 케이스조차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케링케이스를 제공하는 헤드폰을 여럿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헤드폰을 캐링 케이스에 넣어서 다닌 적은 거의 없습니다. 목에 걸고 다니죠. 저 같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캐링 케이스가 필요하신 분들은 구입하시거나 '조그마한 파우치' 하나 선물로 받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제품 상자 안에는 설명서, 보증서, 3.5mm 케이블과 지금껏 본 것들 중 가장 짧은 USB A to C 케이블이 헤드폰과 함께 제공이 됩니다.
제품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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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TAH8000은 전체적으로 플라스틱입니다. 그래서 가볍습니다. 매번 300그램이 넘는 헤드폰만 머리에 얹어 놓고 쓰다가 필립스 TAH8000을 머리에 얹으니 이건 거의 이어폰 같습니다. 260g의 무게는 머리에 얹으면 실제 무게보다도 더 가볍게 느껴질 만큼 착용감이 좋은 편입니다. 다만 장력은 강한 편이어서 귀를 다소 압박합니다.
헤드폰의 이어컵은 목에 둘렀을 때 이어패드가 가슴쪽을 향하게 돌아갑니다. 가끔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도 있는데 저는 이 방향을 더 좋아합니다. 드라이버가 바깥을 향하면 혹시 모를 외부 충격에서 드라이버가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어컵은 안쪽으로 폴딩이 되어 따로 파우치나 캐링 케이스가 없어도 휴대성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8만 원대의 제품이기 때문에 전투형으로 쓰기 딱 좋은 느낌입니다.
동작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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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TAH8000은 왼쪽 이어컵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모든 입출력단자와 전원, 기능 버튼 등을 전부 오른쪽 이어컵에 모아 놨습니다. 이렇게 하는 장점은 어두운 곳에서도 왼쪽 오른쪽을 헷갈릴 일이 없다는 것이고, 단점은 버튼이 오밀조밀 모여 있기 때문에 오동작이 자주 일어난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헤드폰을 쓰거나 벗을 때 잡는 부분에 멀티기능버튼이 위치하고 있어서 원치 않는 작동을 할 때가 종종 있어서 그건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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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TAH8000의 앱 설치는 딱히 어렵지 않았습니다. 앱스토어에서 필립스 헤드폰을 영어로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앱 이름은 필립스 헤드폰이지만 앱을 만든 곳은 TP Vision 입니다. 필립스의 오디오 부분을 인수한 곳입니다.
앱은 심플한 편이어서 딱히 기능을 찾아 헤맬 필요는 없는 편입니다. 노이즈캔슬링 같은 것들이 '주변 제어' 처럼 어색하게 번역이 된 것 빼고는 봐 줄 만합니다. 헤드폰을 연결하면 기본 AAC입니다. 필립스 TAH8000은 소니의 고음질 블루투스 코덱인 LDAC을 지원하고, Auracast도 지원합니다.
기능 중 특히 제가 주목한 부분은 음향 효과 부분의 '공간 음향' 입니다. 지금껏 애플 기기를 제외하고는 공간 음향을 켰을 때 어그러지는 소리의 공간감 때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편인데 적어도 이 제품에서는 공간 음향을 켜면 소리가 아주 적정한 거리로 사운드 스테이징이ㅣ 확장이 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심지어 B&W의 Px8 S2도 얼마 전 업데이트 된 공간 음향을 켜 보고 '겨우 이거 하려고 거의 6개월을 끈 거야?' 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공간 음향에 대해 박한 평가를 하는 저이지만, 아주 적당한 수준의 거리감으로 느껴지는 필립스 TAH8000의 기능은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공간 음향을 켜면 소리가 확장이 되는 게 느껴지는데 그 후에 1분 정도 지나서 공간 음향을 끄면 소리가 폐소공포급으로 좁아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저는 공간 음향을 켜는 걸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앱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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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에는 다양한 기능이 있습니다. 아직 Auracast는 활성화가 많이 되어 있지 않지만 아마 머지 않은 시기에 오라캐스트 사용 기기들이 늘어날 걸로 예상합니다. 오라캐스트는 이론적으로 거의 무제한의 인원이 동시에 함께 같은 소리를 들을 수가 있습니다. 아직은 오라캐스트를 통해 소리를 발신하는 송신기가 충분히 보급되지 않아서 직접 체험하긴 쉽지 않긴 합니다.
다른 기능들은 대부분의 기기에서도 지원하는 수준입니다.
기타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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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TAH8000에는 화이트 노이즈를 만들어 주는 기능이 있습니다. 총 4개의 섹션에 4~5개씩의 소리가 있는데 소닉 섹션에서는 편안함과 집중이 같은 소리를 내고, 외부소음끄기와 깊은 안정감은 Hz의 높낮이만 있군요. 다른 섹션에 있는 것들은 그나마 다양한 소리를 내 주니까 마음을 집중하고 싶으신 분들은 사용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동글에서의 LD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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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TAH8000은 고음질 코덱인 LDAC을 지원합니다. 저는 아이폰 사용자이기 때문에 LDAC을 사용하려면 별도의 동글을 사용해야 하는데 필립스 TAH8000은 동글에 연결해도 AAC와 SBC만 활성화될 뿐 LDAC은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필립스 TAH8000에서 LDAC을 활성화해 주려면 LDAC을 지원하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에 페어링하고, 앱을 깔아 준 후에 스마트폰의 "설정 - 개발자모드 활성화(휴대전화정보-소프트웨어정보-빌드번호 연타) - 개발자 모드 진입 - 블루투스 오디오 코덱 - LDAC 활성화"를 하고, 필립스 헤드폰 앱에 들어가서 설정에 들어가 LDAC 을 활성화해 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1.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 페어링
2. 앱 설치
3. 개발자모드 활성화
4. 스마트폰 내의 LDAC 활성화
5. 앱에서의 LDAC 활성화
그리고나서 동글로 들어오면 그 때는 LDAC을 설정할 수가 있습니다. 동글에서는 최대 990Kbps의 전송속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고급기에서도 LDAC이나 AptX Adaptive/Lossless가 중요한 부분이겠지만 보급형 제품에서도 당연히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가급적 기본 코덱 말고 LDAC으로 들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소리
필립스 TAH8000은 딱히 어느 한 부분 모난 곳 없이 전체적으로 과장되지 않은 소리를 들려 줍니다. 극저음, 중저역, 타격감, 보컬 해상력, 고역의 화려함, 공간감 등 다양한 소리의 영역 중에서 저역의 양이 좀 많기는 해도 그게 과하게 느껴지지는 않고 적당히 듣기 좋은 소리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만큼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없습니다. 무려 8만원짜리 노캔 헤드폰에서 말입니다. 이건 정말 대단한 겁니다. 같은 보급형 제품이지만 Anker의 Space One의 경우 저역도 잘 나오고 공간감도 좋지만 고역이 너무 강조되어 있다 보니 귀가 쉽게 피로해지는 사운드로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Space One의 가격이 조금 더 비싸지만 저라면 둘 중에 필립스 TAH8000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소리의 장점
위에도 언급했듯이 필립스 TAH8000의 소리는 무난합니다. 전 영역에 걸쳐 너무 무난한 소리를 들려 줘서 어떻게 보면 특색이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보급형 제품에서 상당한 이점이 됩니다. 그렇다고 플랫하진 않습니다. 저역도 다소 부풀어 있고, 중역도 가까이서 들리며, 고역도 나름 적당히 올라와 있습니다. 이걸 V자로 봐야 할지 W로 봐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간 음향'을 켜면 보컬이 다소 멀어지면서 U 자 모양으로 부드럽게 바뀝니다. 오래 들어도 편안한 세팅이어서 몇 시간이고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8만 원대의 제품 가격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더군다나 LDAC을 지원하기 때문에 LDAC을 켜면 고역대가 조금 더 샤~~해지는 느낌을 주면서 공간감이 조금 더 넓어집니다. 아주 듣기 좋은 소리를 내 주네요. 치찰음은 거의 없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리의 단점
필립스 TAH8000의 소리의 단점은 전체적으로 무난무난하다 보니 필립스 만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들을 수가 없다는 것과 LDAC을 지원함에도 해상력이 썩 좋게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Anker의 제품은 제가 선호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사 만의 사운드 튜닝을 보여 주고 있고, 같은 보급형인 에디파이어 역시 그렇습니다. 하지만 필립스 TAH8000에서는 딱히 이게 필립스 사운드 특징이구나 하는 것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990Kbps의 넓은 대역폭을 통해 소리를 전송하면서도 해상력이 좋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이건 드라이버의 능력에 한계가 분명한 보급형 기기여서 그럴 겁니다. 하지만 이 정도 가격에서 이 이상을 바라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왜냐면 이 가격에 이 정도의 성능을 보이는 기기 찾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할 테니까요.
총평
필립스 TAH8000은 8만 원대에 판매중인 보급형 노이즈캔슬링 무선 헤드폰입니다. 보급형 제품임에도 고음질 코덱인 LDAC을 지원하고 적당한 노이즈 캔슬링과 무난한 소리를 가진 뛰어난 가성비 제품입니다. 저음과 중음, 고음이 W 모양으로 각각 강조가 되어 있긴 하지만 그로 인해 듣기 싫거나 밸런스가 무너진 느낌을 주기보다는 적당히 기분 좋은 소리를 내 줍니다. 다만 중음이 다소 가깝게 들려서 공간감이 좁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앱에서 공간음향 옵션을 켜면 보컬이 알맞은 수준으로 뒤로 물러나면서 고역과 저역이 부드럽게 퍼지는 U자형 사운드로 바뀝니다. LDAC을 통해 고음질 음악 전송이 가능하긴 하지만 LDAC에 걸맞은 소름 돋는 해상력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건 보급형 제품이 가지는 한계이기도 하지만 그 한계가 제품의 부족함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이고, LDAC으로 듣다가 AAC로 들으면 바로 역체감을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차이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필립스의 TAH8000은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10만 원 이하에서 편안하고, 가벼운 착용감을 가졌으면서 음악적으로도 기분 좋은 소리를 내 주는 몇 안 되는 기기 중 하나입니다. 전투형으로 사용할 헤드폰이 필요하시거나, 무선 헤드폰을 경험해 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찍먹템으로 적극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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