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이어폰과 헤드폰을 사용하다가 무선으로 옮겨 온 지 벌써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참 많은 무선 기기를 사용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어쩌면 가장 짧은 시간 저에게 머물렀다가 떠난 제품을 뽑자면 Pi8이 될 것 같습니다. Pi8은 국내 첫 런칭 때 여자친구 것까지 2개를 공동구매해서 들어 보게 되었는데 그 때는 이상하리만큼 소리가 영 별로였습니다. 물론 당시에 제가 주로 듣던 이어폰이 무선 최강이라는 드비알레 제미니2였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에서 급차이가 확실히 느껴졌다는 생각 때문에 구입 후 3일도 안 돼서 둘 다 중고로 넘겼습니다. 하나는 심지어 미개봉 신품 상태로 넘겼습니다. B&W의 최고급 이어폰이 왜 이런 소리가 날까 여자친구와 한참을 얘기했던 기억이 있는데 우연치 않은 기회에 다시 B&W Pi8을 들어 보게 됐습니다. 이제부터는 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제품 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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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wers&Wilkin 제품들은 확실히 제품 패키지 디자인에서부터 고급스럽습니다. 단순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디자인이 B&W가 추구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제품 상자를 열면 속박스에 Bowers&Wilkins 회사 이름이, 속박스의 뚜껑을 열면 매뉴얼 상자에는 모델명이 써 있습니다. 딱 그것만 써 있습니다. 심플한 게 최고입니다.
매뉴얼 상자를 들어 내면 그 안에 동글동글한 조약돌 모양의 이어폰 케이스가 보입니다. 이어폰 케이스는 한손에 쏙 들어 오는 크기와 모양으로 역시나 심플합니다.
이어폰 케이스를 꺼내면 그 아래에 USB C 케이블과 사이즈가 다른 이어팁, 3.5 to USB C 케이블이 들어 있습니다. 케이블 색상은 이어폰 케이스와 동일합니다. 이런 케이블 색상의 동일성은 B&W 제품을 구입할 때마다 경험하게 됩니다.
구성품 및 제품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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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 Pi8은 기본으로 장착된 M 사이즈의 이어팁을 포함하여 총 4종류의 이어팁을 제공합니다. 평소 귓구멍이 커서 L 사이즈의 이어팁을 주로 사용하는데 Pi8은 기본 장착된 M 사이즈의 이어팁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L 사이즈의 이어팁이 지나치게 커서 한 시간만 사용을 해도 귓구멍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기본 M 사이즈 이어팁이 다소 헐겁긴 한데 그래도 귓구멍이 아픈 것보다는 낫겠죠.
이어폰 케이스의 크기는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에어팟 프로3 케이스보다는 조금 더 큽니다. 아주 조금요. 에어팟 프로2 케이스와 비슷한 사이즈 정도 될 겁니다. 라운드가 있는 사각 디자인은 유사하지만 윗면이 평평한 에어팟 시리즈와 달리 Pi8 케이스는 가운데 부분도 볼록한 편입니다. 그래서 손으로 쥐었을 때 느낌이 더 좋습니다.
케이스를 열면 동그란 강낭콩 모양의 이어버즈가 눈에 들어 옵니다. 이어버즈는 다른 이어폰이 그렇듯이 자석으로 찰칵찰칵 소리를 내며 달라 붙습니다. 자석으로 달라 붙는 소리도 다른 이어폰에 비해 더 경쾌한 편입니다. 이런 것도 고급감이 느껴집니다.

Pi8 케이스는 단순한 케이스가 아닙니다. 소리를 내는 기기와 USB 연결 시에 AptX Adaptive 동글로 역할을 합니다. 별도의 동글을 구입하지 않은 분이라면 핸드폰과 케이스를 USB C 케이블로 연결하면 AptX Adapvie 24/96 코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Pi8은 AptX Lossless 까지 지원을 하지만 실제로 들어 보면 16/44의 Lossless 나 24/96의 Adaptive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만큼 케이스 동글 만으로도 충분한 음질 향상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어버즈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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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는 콩나물 디자인이 대세인 현재의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여전히 강낭콩 디자인을 고수하는 몇 안 되는 브랜드입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좋아하고 즐겨 사용하는 드비알레 제미니2도 유사한 디자인이군요. 아무래도 콩나물 디자인에 비해 드라이버가 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에 여유가 있어서 더 좋은 소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강낭콩 디자인은 다이나믹 드라이버가 소리를 만들어 내는 공간에는 여유가 있어서 음질 측면에서는 이익이 있지만 마이크가 입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전화 통화 할 때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는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제미니2와 Pi8 모두 음악 재생 능력은 탁월하지만 전화 통화에서는 둘 다 에어팟 프로3에 비해 좋은 평을 할 수는 없습니다. 에어팟 프로3가 워낙에 뛰어난 노이즈 캔슬링과 통화음을 들려 주긴 하지만 에어팟 프로 2보다도 떨어지는 수준이라서 직접적인 비교 자체가 안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조용한 장소에서는 괜찮습니다.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확실히 전면에 있는 Bowers&Wilkins 로고가 가운데 뚜왁 하고 있는 모습이 예뻐 보입니다. 별 다른 로고가 없어서 아는 사람만 아는 제미니2의 디자인에 비해서는 확실히 직관적으로 자랑질을 할 수 있겠습니다. 비싼 건 자랑해야죠.
앱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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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는 모든 무선 기기에서 동일한 앱을 사용합니다. 제품마다 다른 앱을 쓰는 에디파이어 같은 회사 제품과는 다른 모습입니다만 제품마다 거의 비슷하게 아무런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동일하니 앱에 별 기대는 안 갖는 게 좋습니다.
앱의 설치와 제품 페어링은 B&W도 이제 어느 정도 짬이 쌓여 가니 굉장히 부드럽게 일사천리로 진행이 됩니다. 앱에서 제품 색상을 지원하는 건 이제 어지간한 브랜드가 다 되는 만큼 신기할 일은 아닙니다.
앱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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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은 참 별 다른 기능이 없습니다. 노이즈 캔슬링/주변소리듣기/끄기 같은 가장 기본적인 기능, 5밴드 EQ, 터치 콘트롤 설정, 착용감지 사용 여부 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버그 수정 및 개선이 있다면서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라고 하는데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고 나면 제품을 다시 한 번 페어링하면서 사용을 위한 준비를 끝냅니다. 사실 앱은 처음 설치 이후 들어 올 일이 거의 없는 편이다 보니 그냥 이런 게 있구나 정도만 확인하시면 될 겁니다.
소리
B&W Pi8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소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처음 B&W Pi8를 구입했다가 3일 만에 판매를 했다고 앞에 말했듯이 처음 Pi8의 소리는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당시에는 Px8을 사용하고 있었고, 여자친구는 Px7 S2e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B&W의 무선 기기가 어떤 소리를 내 주는구나 하는 기본적인 이해는 하고 있었는데 처음 출시 때의 Pi8은 다소 소리가 가볍고 여기저기 빈틈이 많은 허전한 소리를 들려 주었습니다. 그래서 고개를 갸우뚱갸우뚱 하면서 미련을 두지 않고 팔아 버렸습니다.
거의 1년 만에 다시 들은 Pi8은 그 사이에 업데이트가 된 건지 사뭇 다른 소리를 들려 주었습니다. 가장 먼저 느낀 부분은 허전했던 부분이 많이 채워졌다는 것입니다. Pi8은 Px8의 소리와 상당히 비슷해져 있었습니다.
Pi8은 12mm 카본 콘 다이나믹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미니2가 10mm 티타늄 코팅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서도 큰 직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이버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소리를 들려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드라이버가 크면 저음 재생에 더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에 Pi8이 좋은 저역을 내는 것이 딱히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소리의 장점
B&W Pi8는 상당히 깊은 저음을 펀칭감 있게 표현해 내 줍니다. 저역의 양감도 상당히 많은 편인데 그럼에도 저역이 중역과 고역의 음을 탁하게 만들지 않습니다. 보컬은 상당히 가까이 들리고 치찰음 영역은 귀에 자극을 약간 주면서도 그 선을 넘지는 않습니다. 무선 이어폰치고는 공간감도 좋은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소리의 인상이 헤드폰 Px8과 거의 비슷합니다. Px8 S2보다는 소리의 찰진 표현이 덜하기 때문에 그런 고급감까지 느껴지지는 않지만 Px8이 가지고 있던 해상력, 저음 표현력, 공간감 등에서 상당히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제가 다시 Pi8을 듣고서 여자친구에게 처음 한 말이 "이럴 줄 알았으면 이거 안 팔았지" 였습니다. 확실히 Pi8의 소리는 처음 구입했던 1년 여 전과 비교해서 달라졌습니다. 그 달라진 부분이 소리의 질감을 더 좋게 다듬어 주고 있어서 아주 마음에 들어서 이건 새로 구입을 해도 무방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소리의 단점
B&W Pi8의 소리가 극적으로 1년 여 전과 비교해서 달라졌기 때문에 단점이라고 할 게 있을까 싶긴 합니다. 이 정도면 거의 완성형에 가까운 무선 이어폰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제미니2보다 저역이 덜 깊고, 덜 풍성하다 정도인데 그건 제미니2가 미친 저역이기 때문이지 Pi8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또 하나 다이나믹이 다소 아쉽다 정도겠습니다. 그 외 소리에서는 단점을 찾기 힘든 제품이 되었습니다.
총평
B&W Pi8는 Bowers&Wilkins에서 출시한 최고급 무선 이어폰입니다. AptX Adaptive와 Lossless까지 지원하는 고성능 기기이며, 단순히 코덱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리에 있어서도 거의 완성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 주는 제품입니다. 첫 출시 때는 치찰음 문제, 저역의 아쉬움, 사운드 밸런스 등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었지만 펌웨어 업데이트로 이런 문제를 거의 모두 해결했고, 전형적인 B&W 무선 기기의 소리를 들려 주게 됐습니다. Px8과 엇비슷한 성능의 무선 이어폰이므로 사용 시간을 제외하면 굳이 Px8을 구입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할 만큼 충분히 좋은 소리를 들려 줍니다. 12mm의 카본 콘 드라이버의 성능이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Pi8은 전체적인 해상력도 좋고, 저역도 풍성하면서도 단단합니다. 고역의 개방감도 훌륭해서 여성 보컬이 중심이 된 곡에서 발군의 성능을 자랑하는 무선 이어폰입니다. 가격을 제외하고는 단점을 찾기가 힘든 육각형 제품이 되었습니다.
B&W 사운드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진심 추천드립니다. 가끔 40만원 대 후반에 공동구매를 하기도 하는데 그 때를 놓치지 마시고 구입하세요. 후회 안 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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