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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wers&Wilkins 제플린 프로 - 거의 완벽한 무선 홈스피커

음향기기/스피커

by 듣고 보고 먹은 기록 2025. 12. 2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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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러 음향기기 들어 보는 것이 취미입니다. 이것저것 여러 다양한 종류의 기기를 체험해 보고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근본은 스피커라고 생각합니다. 이어폰과 헤드폰은 결국 스피커의 소리를 개인화시킨 것이고, 대부분의 음향기기 업체들이 이어폰과 헤드폰을 자사의 스피커 사운드에 최대한 근접해 만들려고 하는 노력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피커는 한계가 있습니다. 철저히 개인화된 이어폰과 헤드폰과 달리 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스피커가 충분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고, 스피커와 매칭할 수 있는 좋은 소스 기기, 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DAC, 증폭할 수 있는 앰프까지 신경써야 할 것들이 아주 많습니다. 그리고 같은 스피커라고 하더라도 그 기기와의 매칭에 따라 전혀 다른 소리를 내 주기도 하기 때문에(심지어 케이블까지도) 스피커 세팅은 정말 어려운 영역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기기간의 궁합에 어려움을 겪지 않기 위해 DAC와 앰프가 내장되어 있는 액티브 방식의 스피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25년 전 쯤에는 앰프와 패시브 스피커 등을 이용해서 데스크파이도 해 보고, 그 이후에는 5.1채널 DTS 시스템을 갖추기도 했었습니다만 이제는 액티브 스피커 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액티브 스피커도 결국 유선으로 연결된 소스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편의성에서는 어느 정도 제약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액티브 방식의 북쉘프 스피커에는 블루투스 기능이 포함된 제품도 점점 많아지고 있고, 아예 유선 연결이 배제된 순수 무선 스피커도 엄청 많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 중 꽤 높은 가격의 바워스앤윌킨스에서 출시된 제플린 프로는 어떤 제품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제품 포장

지금은 80만 원대(코스트코 기준)에 판매중(가끔 70만 원대에도 할인판매를 하기도 합니다)이지만 출시가격이 100만 원이 훌쩍 넘었던 제플린 프로는 비싼 가격이 아깝지 않은 포장 상태를 보여 줍니다. 제품 구입 후 만나게 되는 제품 상자는 누런색의 무지 박스에 Bowers&Wilkins Zeppelin 이라고 간단하게 써 있습니다. 그 상자를 열면 그 안에 비닐에 싸인 컬러 상자가 나오는데 비닐을 벗기면 컬러 부분은 상자가 아니라 띠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띠지를 벗기면 그 안에 다시 무지 박스에 Bowers&Wilkin 상자가 나옵니다. 비닐포장을 제외하더라도 3중으로 종이 포장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건 거의 마트료시카.

마지막 상자를 열면 그 안에 스티로폼을 단단하게 고정이 된 스피커와 전원 연결 케이블, 여러 문서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가 들어 있습니다. 

 

제품 외관 1

제품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 놓으니 이름 그대로 1차 세계대전에 썼던 비행선 모양의 스피커가 나옵니다. 이 모양이 단순히 디자인 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정중앙에 6인치 서브우퍼, 그 좌우로 3.5인치 FST 미드레인지 드라이버, 그리고 양끝에 1인치 티타늄 돔트위터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은 무려 6인치 서브우퍼를 내장한 3웨이 방식의 액티브 스피커입니다. 대부분의 홈스피커가 5인치 정도의 우퍼를 내장하고 있는 2웨이 방식이고, 데스크파이용 북쉘프 스피커가 기껏 4인치, 작은 제품은 3인치 정도의 유닛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대구경의 우퍼를 장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지간한 북쉘프가 '우퍼'유닛으로 쓰고 있는 3~4인치 구경의 드라이버를 '미드레인지' 유닛으로 쓰고 있는 거니 단순히 생긴 것만 가지고 제품을 판단해서는 안 될 겁니다.

특히 제플린 프로가 가지고 있는 티타늄 돔 트위터는 B&W의 600시리즈에서 사용되는 유닛으로 상당히 뛰어난 해상력과 예쁜 소리를 만들어 줍니다. 이는 전작인 뉴 제플린에서 썼던 일반 돔 트위터와 비교해 들어 보면 단박에 차이를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거의 대부분 유닛 구성은 그대로이지만 트위터 하나 바뀌었는데 소리의 질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품 외관 2

제품의 색상은 솔라 골드이지만 실제로 제품을 보면 스타킹 색상과 유사해 보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싸구려 느낌은 전혀 아니고, 은은하게 펄이 들어간 것처럼 반짝입니다. 이름 그대로 햇빛에 비친 금색의 가루가 뿌려진 것 같습니다.

제품 뒷면에는 5개의 버튼이 있습니다.  멀티 기능, 블루투스, 플레이/멈춤, 볼룸 업/다운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처음 페어링할 때는 제외하고는 거의 사용할 일이 없습니다. 제플린 프로는 전원 버튼이 따로 없는 게 특징입니다. 이 제품은 유선 연결 기능이 없고, 에어플레이2와 블루투스로만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항상 대기모드로 있게 됩니다. 전원을 켜고 끌 일이 없으니 전원 버튼이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뒷면에는 우퍼 덕트로 보이는 구멍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덕트가 아니라 전원 케이블 단자, 업그레이드를 위한 USB 단자, 리셋버튼이 존재할 뿐입니다. 별도의 덕트가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덕트가 없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그런 제품들은 의외로 많으니까요.

전면 하단에는 LED가 있어서 다양한 색상으로 변경이 가능합니다.

 

제플린 프로는 B&W가 음향기기 전문 회사라는 것을 여실히 알게 해 주는 스피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앱도 별 게 없습니다. 네트워크 연결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설치를 해야 하긴 하지만 기능적으로는 참 별 게 없습니다. EQ도 고음과 저음을 위아래로 6dB씩 조절할 수 있는 것 외에 별도의 프리셋은 없으며, 기껏해야 조명 정도를 바꿀 수 있을 뿐입니다.

블루투스는 AptX Adaptive까지 지원을 합니다. 저와 제 여자친구는 아이폰 유저여서 블루투스 연결은 하지 않고 에어플레이2로 연결했습니다. 블루투스보다는 와이파이 대역폭이 넓기 때문에 고음질로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에어플레이2로 전송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B&W가 전자기기 회사가 아닌 관계로 연결성이 썩 좋지는 못합니다. 가끔 에어플레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식은 하는데 연결이 안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에디파이어에서도 비슷하게 겪긴 하지만 B&W가 에디파이어랑 같이 놀 급은 아니잖아요? B&W가 삼성에 인수된 만큼 삼성에서 인력이라도 지원 받아서 해결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

 

소리

짧게나마 이전 작인 뉴 제플린도 들어 봤지만 뉴 제플린에 비해서도 소리의 명료함과 해상력, 공간감에서 제플린 프로가 확실히 우위에 있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전체적인 볼룸이 크지는 않은 편입니다. 오히려 240W이라고 표기된 것이 '뻥스펙'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20평대 집안 전체를 울리는 데 부족하지 않으며, 집안 어느 곳에서나 고르게 울려 퍼지는 소리의 특성 때문에 불만이 생기진 않았습니다.

6인치 우퍼 덕분에 최저 응답 주파수가 35Hz 이지만 실제 재생 가능한 주파수는 그보다 훨씬 낮은 극저역도 표현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소리의 밸런스가 좋아서 극저역이 부담스럽지는 않으며 전체적으로 듣기 좋은 소리가 납니다.

 

소리의 장점

흔히 B&W 스피커를 두고 클래식에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하곤 합니다. 그 명성은 제플린 프로 역시도 그대로 이어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덩어리라는 제품의 특성 상 오케스트라 연주보다는 솔로, 4중주나 실내악에 더 잘 어울리긴 하지만 그럼에도 피아노와 관현악기 소리 만큼은 정말 명불허전입니다. 거실에 음악을 플레이해 놓고 방이나 주방을 오가면서 들어도 저 멀리서 라이브로 연주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만큼 소리가 좋습니다.

제품 컨셉트가 각잡고 바로 앞에서 음악을 듣는 목적이 아니라 공간 전체를 울리는 것인 만큼 집안 어느 곳에서 들어도 소리의 특성이 왜곡되지 않고 거의 유사하게 들립니다. 이건 일반적인 북쉘프 스피커에서는 거의 느끼기 힘든 장점입니다. 그런 목적의 홈스피커가 여럿 나와 있지만 해상력, 음질, 톤밸런스, 소리의 질감에서 이 정도로 만족감을 주는 제품은 거의 찾기 어려울 겁니다. 가격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고요.

6인치 우퍼가 평소에는 두드러지지 않지만 막상 저역대가 필요한 음악에서는 정말 듣기 좋게 풍성한 저역을 내 줍니다. 제가 저역 테스트할 때 가장 많이 애용하는 퀸의 Face it alone은 시작하자마자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넓게 퍼지는 저역이 인상적인 노래인데 꽤 훌륭하게 표현을 해 줍니다. 그 밖에 극저역에 페티시가 있는 것 같은 빌리 아이리시의 여러 곡에서도 부족함 없는 저역을 내 줍니다. 단지 풍성하기만 한 게 아니라 응답성도 그리 느리지 않아서 스피드 메탈 계열의 음악을 들어도 제법 듣기 좋은 소리를 들려 줍니다.

 

소리의 단점

앞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소리 자체가 아닌 기기의 출력이 240W급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출력과 소리의 크기가 반드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고, 스피커의 성향 자체가 하이파이가 아니기 때문에 쾅쾅 때려대는 음악을 들을 일은 크지 않겠습니다만 그럼에도 소리의 전체적인 소리의 크기가 조금은 더 커지면 좋겠습니다.

소리가 집안 전체를 울리기는 하지만 스피커 자체가 한 덩어리라서 소리 자체의 스테레오감은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 트위터와 미드레인지 유닛이 우퍼의 좌우에 위치하면서 스테레오 사운드를 내 주기는 하지만 유닛이 떨어진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스테레오감은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스피커 바로 앞에서 각잡고 들으면 스테레오감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 테스트 음악 : Piano man >

 

 

< 테스트 음악 : Piano man >

 

< 테스트 음악 : Black Diamond >

 

< 테스트 음악 : Leave the door open >

테스트 음악은 모두 아이폰 16프로맥스로 녹음하였고, 별다른 수정을 가하지 않고 그대로 올렸습니다. 룸튜닝 같은 것도 안 된 사무실 한 켠에 두고 핸드폰으로 녹음한 것이라 정확한 음질을 녹음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참고만 해 주세요. 엄청 예민 보스 강아지가 바로 앞에서 음악을 틀어 놔도 숙면을 취할 만큼 듣기 좋은 소리임은 분명합니다.

 

총평

제플린 프로는 전문적인 음악 감상용 스피커와는 결을 달리 합니다. 어쩌면 전형적인 로파이용 스피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BGM으로 틀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듣기 싫은 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더 예쁘고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일 겁니다. 제플린 프로는 그런 목적으로 너무나도 탁월한 성능을 가진 최고의 홈스피커 중 하나입니다. 무선으로만 연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홈시어터나 하이파이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건 분명하지만 제플린 프로는 애초부터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어서 그걸 단점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언제라도 간단하게 에어플레이2 연결로 고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건 제플린 프로가 가진 최고의 장점입니다.

일요일 아침 눈이 채 떠지지 않는 피곤함 속에서도 스마트폰 몇 번의 터치 만으로 거실 너머에서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맑고 투명한 음악이  천천히 머리를 맑게 해 주는 경험은 저렴한 블루투스 스피커의 뚱땅거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만족감을 줍니다. 무선 홈스피커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극강의 만족감을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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