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IL CC Pro2를 구입한 지 일주일이 넘었습니다. 꽤 오래 된 것 같은데 아직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FIIL CC Pro2를 많이 사용했다는 뜻이겠죠. 도저히 중국산 같아 보이지 않는 패키지와 제품 디자인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도 놀라웠는데 사실 소리를 듣고는 더 놀라기도 했습니다. 왜 놀랐는지는 뒷부분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FIIL CC Pro2의 블루투스 연결에서부터 앱 설정, 음질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앱을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받아 실행시키면 별도로 블루투스 페어링 과정 없이 블루투스를 자동으로 검색해서 연결합니다. 제품을 정확히 인식해 앱을 설치하고요. 제품 옆에 깨알같이 Hi-Res와 LDAC을 홍보하고 있네요.
앱 설치 과정이 워낙 매끄러워서 내심 기대를 했는데 첫 화면을 보고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놀랐다기보다 경악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네요. 정말 입이 떠억하고 벌어졌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맨 상단의 좌우 이어폰과 본체 그림이야 그러려니 합니다. 근데 그 아래에 있는 커다란 배터리 잔량 표시와 사용 가능 시간부터 그 아래의 상태창 아이콘들도 이게 뭐야 싶은데 그 아래에 있는 LDAC과 Hi-Res 문구는 정말 이게 여기 왜 있나 싶은 겁니다. 이건 ? 란을 만들어서 그 기호를 탭한 사람들만 볼 수 있게 만들어 줘도 되잖아요.
게다가 배터리 잔량 표시는 맨 상단의 좌우 이어폰과 본체 아래에 왼쪽 이어버드, 오른쪽 이어버드, 충전 케이스라고 쓸 게 아니라(누가 그거 모르냐고!!) 그 문구 대신 배터리 잔량과 예상 재생 시간을 아이콘으로 만들어 간단히 표기해 줘도 됐을 텐데 말입니다. UI(User Interface) 라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없는 디자이너가 앱을 만들었나 봅니다.
EQ 모드로 들어가면 이런 화면이 나옵니다. FIIL에서 기본 제공하는 Official EQ는 고음 강조, 저음 강조, 기본이 있고, 기본으로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기본은 아무래도 보컬 영역이 강조되어 탄탄한 중역대의 소리를 들려 줍니다. 고음 강조는 전반적으로 고역대의 소리가 두드러지게 들리고, 저음 강조는 그 반대로 저역이 특별히 더 강조되어 들립니다. EQ 설정에 따른 음색의 변화는 쉽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기본값에서도 저역은 충분히 많으며, 저음 설정으로 바꾸게 되면 저역의 양이 늘어나면서 전반적인 저역과 중역대의 해상도가 현저히 떨어지게 됩니다.
기본 상태에서도 저역의 양은 부족하지 않고, 반대로 지나치게 많게까지 느껴집니다. 이 부분은 사용자마다 좋아하는 음색이 다르니 뭐가 좋다 나쁘다 할 수는 없을 겁니다만 저에게는 분명 저음이 지나치게 많고, 펀치감이 강조되기보다는 밤안개 마냥 흐리고 부하게 들렸습니다.
다만 저가형이나 보급형 제품들에서 쉽게 저지르는 실수인 고역대의 치찰음 강조는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귀가 피로해지지는 않아 좋습니다. 아무래도 블루투스 헤드폰의 한계이기도 한 탓인지 쨍한 고역을 세팅한다고 해 놓고 실제로는 귀가 아파 한 시간 이상 듣기 힘든 제품들이 많은데 FIIL CC Pro2는 적어도 치찰음 때문에 귀가 아프지는 않았습니다.
FIIL CC Pro2에는 정말 다양한 프리셋 EQ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프리셋 EQ는 각각 특색이 있어서 어지간한 사용자들은 저것들 중에서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들어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저는 프리셋을 선택하진 않고 바로 커스텀 EQ 설정으로 넘어갔습니다.
FIIL CC Pro2 커스텀 EQ의 가장 큰 특징은 이걸 활성화 시켜 주는 순간 앰프에서 하이 게인(Hi Gain) 스위치를 켠 것처럼 소리가 갑자기 확 커집니다. 보통 세팅 때 볼룸을 80-90 사이에서 들었는데 커스텀 EQ를 손대는 순간 50-60으로 낮춰야 합니다. 원래 이렇게 내장 앰프의 출력이 강한 건지 아니면 억지로 부스팅한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굉장히 특이한 경험이긴 합니다.
커스텀 EQ를 손대면 소리가 커지는 것을 떠나 전체적인 음압도 강해져서 소리가 굉장히 터프하고 거칠게 들립니다. 이런 설정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좋을 수 있지만 자칫 소리의 섬세함이 떨어지는 느낌도 줄 수 있어서 뭐가 좋다고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기본값의 저음이 너무 벙벙대는 느낌이라 커스텀 EQ를 손대고 싶었는데 커스텀 EQ를 켜면 소리의 왜곡이 생기는 것 같아서 아예 커스텀 EQ로 넘어가질 못했습니다. 커스텀EQ에서 마땅한 설정값을 찾기 힘들었거든요. 이건 시간을 들여 조금 더 찾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외에서는 기본값의 저음도 듣기 좋아지긴 합니다. 외부 소음이 이어폰에서 나오는 밑에 깔리는 저음을 일정 부분 상쇄시켜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부에서 적당한 소음이 있을 때 소리가 더 좋아지네요. 10만 원 대 제품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수준의 소리를 들려 주긴 합니다. 제가 최고의 가성비 제품이라고 생각했던 앤커 리버티3 프로보다는 저음이 덜 나지만 사운드 밸런스는 더 좋은 편이라 EQ를 손대지 않고서도 치찰음 없이 꽤 훌륭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제가 말한 저음의 벙벙거림은 그리 심하지 않고, 이 정도는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수준이라 딱히 단점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수준입니다.
FIIL CC Pro2 역시 다른 제품들처럼 노이즈캔슬링을 사용자에 맞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이어팁의 정착용 여부를 검사하고, 제대로 착용이 되었다면 바로 뒤이어서 시끄러운 공간에서의 노이즈 캔슬링 옵션을 설정합니다. 그러나 앱의 오류인지, 아이폰과의 궁합 때문인지 스타트 버튼을 탭하면 이어폰 정착용 여부는 금방 끝나지만 노이즈 캔슬링 최적화는 무한히 끝나지 않습니다. 약 5분 이상을 했는데도 안 끝나더라고요. 온라인 카페를 찾아 보니 저만 그런 건 아닌 것 같습니다.
EQ 설정도 그렇고 ANC 최적화도 그렇고 아직은 앱이 100% 안정화 된 것 같지는 않아 보이네요. 머잖아 UI를 비롯해서 전반적이고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해 주길 기대해 봅니다.
그 외에 다양한 기능들을 지원합니다. 콩나물의 터치 콘트롤 기능을 켤 건지 끌 건지, 또 어떤 기능을 활성화 시킬 건지 등 정말 귀찮을 정도로 물어 봅니다.(심지어 ANC 모드를 왼쪽 오른쪽 다르게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멀티포인트 페어링을 할 건지, 연결된 기기를 스위치할 건지, 멀티포인트 페어링된 걸 끌 건지, 착용감지 센서를 켜거나 끌건지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음성 비서를 활성화 하려면 이어버드를 4번 탭하랍니다.
기능적으로는 정말이지 부족할 게 없는 제품입니다. 음질적인 측면에서도 해상력, 저음/중음/고음의 밸런스, 음색, 편의성, 배터리 사용시간, 디자인 등 어디 하나 부족하지 않으며 오히려 고급형 제품들보다 나은 면도 차고 넘칩니다. 10만 원대에서는 이런 제품 정말 찾아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앤커 제품들이랑 쌍벽을 이룰 듯합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EQ를 설정하지 않더라도 음악을 듣는 데 불편한 소리를 내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음색의 밸런스와 해상력만 놓고 본다면 에어팟 프로2보다 좋습니다. 노이즈캔슬링과 주변소리 듣기는 에어팟 프로2가 더 좋습니다. 전화통화는 거의 비슷하고요.
다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는 제품입니다. 기능은 많지만 앱이 너무 어수선해서 이 기능을 찾지 못하는 분들도 꽤 있을 것 같고요, 앱 자체가 불안정한 면도 있습니다. 음악이 양쪽에 모두 나오는데 한쪽만 연결되어 있어서 노이즈캔슬링 동작이 안 된다고 하는 거나(물론 노이즈캔슬링도 양쪽 모두 동작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커스텀 EQ에서 음량이 확 커지지만 저장이 되지 않아 앱을 껐다가 켜면 기본 EQ로 설정이 되고 커스텀 EQ에서 EQ를 하나라도 다시 건드려야 OK버튼이 동작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이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는 만큼 하루 빨리 업데이트 해 주길 바랄 뿐입니다.
이 제품의 진짜 무서운 점은 하드웨어는 거의 완전하다는 겁니다. 아직 소프트웨어에서 부족한 면이 있지만 고급 제품군과 견줘서도 하드웨어적인 부족함은 없고 오히려 나은 점도 꽤 눈에 띕니다. 적당한 가격에 훌륭한 음질, 편의성 등을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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